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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수필.기타

내 영혼의 바닥짐/ 한나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버리고 나서 금새 부끄러워 한다.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상처받고 끙끙 앓은 후에야 뒤늦게 나약함을 자책한다.

사소한 오해에도 오랫동안 속을 끓이면서 속좁은 자신이 참 싫어진다.

하찮은 사탕발림에도 금새 변덕을 부려 마음을 주어 버리고선 멋적어 웃고 만다.

얕고 좁은 이 소갈딱지를 벗어날 길이 없을까 늘 그게 고민이다.

가벼운 종이배처럼 조그만 바람과 요동에도 금새 뒤집히고 마는

내 속내가 참 부끄럽고 싫은 탓이다.

콩알만 한 장난감 비비탄 한 알 맞고도 박격포라도 맞은 듯이 엄살을 떠는

나의 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에 나는 좀 더 무거운 추(錘)를

마음 속에 매달기를 늘 소망한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풍랑이다.

거센 파도가 밀려 올 때 배가 뒤집히지 않게 하는 균형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바닥짐>이라는 게 있다.

철선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나무로 만든 배에는 밑바닥 중심부에

자갈이나 모래 등을 실어서 배의 바닥에 무게중심을 주었다.

심한 풍랑으로 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릴 때 선박의 아랫쪽 무게중심으로 인해

선박이 기울거나 뒤집혀 침몰 할 위험을 줄여주는 이 바닥짐은 필수였다.

바닥짐으로 주로 자갈을 썼던 탓에 바닥짐을 흔히 Ballast라고 한다.

철선이 만들어진 이후 배의 아랫쪽 좌우에 Ballast Tank를 만들어서

자갈 대신에 바닷물을 채워 바닥짐으로 대신했다.

태풍이 불거나 풍랑이 심해지면 Ballast Water를 Ballast Tank에 더 많이 채워서 무게중심을 더 확보하고

바람이 잦아 들면 물을 바다로 유출시켜 바닥짐 무게를 줄여서

배를 가볍게 해서 더 빨리 나아가게끔 조절한다.

 

 

이 Ballsat야 말로 배의 안전 항해를 위한 필수이다.

사람의 마음에도 이 바닥짐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어에서 'mental ballast'는 '정신적 안정'을 뜻한다.

아주 적절한 단어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는 평온한 상태에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 인생에 풍랑이 일어 그 영혼을 흔들 때

그가 풍랑 앞에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그 영혼의 바닥짐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평소에는 온유해 보이고 지혜롭게 보였던 사람이

어떤 일을 만났을 때 쉽게 화를 내거나 쉽게 좌절하거나

쉽게 미움을 갖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그 사람의 영혼 밑바닥엔 가벼운 지푸라기 따위나 흙먼지만 쌓였을 뿐

영혼의 바닥짐은 비어 있다는 증거이다.

바닥짐이 없는  영혼은 조그만 파도도 이기지 못 하고 침몰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이 영혼의 바닥짐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수양하고 지혜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의 됨됨이를 이루게 하는 이 영혼의 바닥짐의 무게와 성질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떠한가를 드러내게 되는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맺게되는 인생의 열매가 어떤 것인가를 봄으로써

그 사람이 어떤 나무인가를 짐작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아무리 우리가 안간힘을 쓰고 노력해도

그게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맺게 하는 영혼의 선한 열매 아홉가지가 나온다.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신실). 온유. 절제.

이것은 하나님 안에서 거하는 자에게 성령 하나님께서 맺게 하는 열매들이다.

즉, 마음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게 되는 선한 행위의 열매들이다.

내 삶 속에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신실). 온유. 절제.

이 아홉 가지 열매들이 맺혀 있는가는 곧 내 영혼이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판단 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나무에 접붙힘된 가지인가를 알아야 한다.

우리가 포도나무이신 주님께 단단히 붙잡힌 바 되어 있으면

어떤 유혹의 풍랑이 불어와도  미움이나 시기, 질투. 분냄이나 거짓. 욕심의 모습들 보다는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신실. 온유. 절제의 아름답고 향기나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날마다 넘어지고 실족하지 않기 위해 내 영혼을 추스르기 위한 기도는 무엇인가. 

내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mental ballast'가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 이시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떤 시험의 바람과 파도가 나를 흔들어 대도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내 삶이 되기 위해

내 마음 한 복판에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것.

내 인생 여정을 마치고 도달해야 할 천성을 향하여

푯대만을 바라보며 멈추지 않아야 할 나의 항해 가운데

파도까지도 잠잠케 하시는 그 분을 내 배 안에 모시고 있음이

나의 기쁨이 되기를

나는 오늘도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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