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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장 개인전

조용한ㅁ 2009. 11. 3. 11:48

진원장 개인전
개인적 자연에서 보편적인 자연으로

 

고향의 꿈, 자연의 꿈을 꾸어온 작가 진원장은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통해 화려한 색채의 향연과
공존하는 여백과의 조화, 구상과 추상의 적절한 대비 등 개인적 차원의 고향을 보편적 고향, 보편적 자연으로 승화시킨다.

 

글 | 김승환(조선대교수, 미술사)

 

[2009. 10. 28 - 11. 3   인사아트센터 1층]

 

 

[인사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02-736-1020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insaartcenter.com

 

 

자연은 미술가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몬드리안은 자연의 색인 녹색을 보지 않으려고 언제 어디서든 창을 등지고 앉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몬드리안의 추상원리인 신조형주의 이념을 배태한 것은 바로 네덜란드 돈부르그 바닷가의 방파제, 모래 언덕, 수평선과 밤하늘의 별들이었다. 더욱이 미국의 대표적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도 롱아일랜드의 전원생활을 통한 재충전이 있었다. 이 두 화가의 예에서 보듯, 미술가들의 의식적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변함없이 그들 작업의 동반자이자 영감의 근원인 듯하다. 

 

 

 

작가 진원장 역시 작업의 주 모티프로 대지의 어머니인 자연을 택하고 있다. 그의 화폭 위에는 청보리, 완두콩, 녹두꽃, 무꽃, 배추꽃, 새 등이 질펀하다. 유년의 기억 속에 아스라이 떠오르는 고향의 들녘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우리를 향수에 젖게 한다. 정한수를 담은 주발과 장독 항아리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있다. 자연적 모티프의 특징을 추출하여 단순해진 형태는 보석처럼 빛나는 색채와 어우러져 감미로운 리듬을 들려준다. 화려하고 영롱한 색채는 남도의 강렬한 햇빛 속에서 단련된 눈을 가진 자만의 특권이다.

 

 

많은 미술가들이 그러하듯, 진원장 역시 자신의 예술 세계의 폭과 깊이를 더하기 위하여 여행을 떠난다. 그 중에서 그의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은 1990년대 말에 이루어진 아프리카 여행과 2002부터 일 년간 교환교수로 체류하며 행한 북미 여행이다. 아프리카 여행으로부터 체험한 야생의 자연과 생동하는 생명력, 광활한 대지와 강한 햇빛은 그의 붓 끝에 힘을 실어주었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 여행 이전의 그림이 대체적으로 붓질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다면, 이후의 그림에는 보다 박력 있고 거친 붓질이 지배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아프리카의 풍광을 조형적 형태소로 변환하는 과정 속에서 얻은 교훈은 이전의 남도 풍광의 표현 방식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게 하였다.

 

 

즉 작가는 ‘프랑스 남불의 도시인 아를르나 액상프로방스의 지역성을 표현하면서도 만인의 정서에 와 닿는 그림을 그렸던 고흐나 세잔처럼, 한국 남도의 지역성을 유지하면서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일 년간 체류와 북미여행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전통적 동양 미술의 미적 원리인 비움(空)의 미학이었다. 작가 진원장은 머나먼 미국 땅에서 작업의 새로운 방향타를 자신의 뿌리인 동양의 정신과 예술 속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나타나는 그의 작업 원리는 비움과 채움의 반복이다. 마치 흰 화선지에 거침없는 먹선이 뻗어나가듯, 흰 캔버스 위에 힘찬 붓질이 녹색을 거칠게 그은 듯하기도 하고 때론 강하게 뿌린 듯 번짐의 느낌도 난다.

 

 

그 불규칙한 형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재현하는지 정확치는 않지만, 마치 어린 시절 멱 감던 냇물 속 해초의 흔들림 같기도 하다. 그 위로 고향에서 흔히 보던 원추리 꽃과 망초 꽃이 떠다니는데, 그 꽃잎과 풀잎, 줄기의 패턴화된 형태는 마치 마티스 만년의 장식적 모티브만큼이나 탈속적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의 전체적인 형상은 때론 중심으로 모이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론 화면 밖으로 퍼져 나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한 대비의 효과는 녹색면과 블루 바이올렛 그레이색면이 흰 여백과 만들어내는 대비와 어울려 화면에 활력을 배가한다. 또한 유화로 그려졌음에도 마치 수채화의 느낌이 나는 것은 작가의 필력의 경지와 더불어 자유로운 정신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