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나무 김용택

조용한ㅁ 2013. 3. 5. 11:31

 

나무

        김용택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여름이었어

나, 그 나무 아래 누워 강물 소리를 멀리 들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가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서서 멀리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지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

강물은 깊어졌어

한없이 깊어졌어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 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

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그냥,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