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까짓것, 봄/ 장근배
조용한ㅁ
2013. 3. 19. 11:15
까짓것, 봄/ 장근배
까짓것, 봄이 별것이간디?
바다 건너 제주도가 핑크빗으로 물들면
남녘 산천부터 전염병처럼 바람 나고
사람들이 꽃이라 부르는 요상한 것들도
여드름 수줍게 피어난 가시내들맹키로
맨살이 톡톡 볼가져 터지는 것이지
법주사 개나리에 노랑 저고리 입히고
여의도 벚나무 똥구멍 불어 꽃 피우고
삼팔선 철조망도 제 맘대로 넘나들고
총부리 앞에서도 겁 없이 훨훨 나부껴
금강산 상투 잡고 엉덩이 흔들어보고
대동강도 애인인 듯 껴안아보고
바람난 바람으로 치마폭 날리면
끼 많은 사람들도 덩달아 바람이 나
섬진강 벚꽃 본다고 우 몰려오고
영취산 진달래 본다고 우 달려가고
형체 없었던 아지랑이까지도
몽롱하게 취해 휘청거리는 것이지
까짓것, 봄이 별것이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