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빈틈> -이사라

조용한ㅁ 2013. 5. 15. 21:57

 

 

 

그 사람죽었어

벼락이 가슴을 치는 날이 있다

내가 더 사랑해도 좋았을 그 사람

나에게 말없이 떠날 수 있었던 그 사람 

그 사람없이도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그사람이

죽었다

 

한 사람이 살다가 비 그치듯 사라지면

그 주위에서 한동안 들끓던

시간이 잦아들며

갑자기 고요해진다

지상의 고요는 그렇게 시작되기도 한다

살아남은 사람이

그고요를

둥글게 둥글게 쓰다듬는다

그와 나 사이

빈틈이 없어지도록

 

그러다 봄날이면

영안실의꽃처럼 뿌리뽑혔던 그 사람이

말없이 새순 돋듯

빈틈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 그가 죽었다고 한다. 그것도 한참 전에.

내 삶속에 쉼표로 살아있던 그.

이젠 마침표구나 했었다.

그리고 또 몇몇날이 쉼없이 지나갔다.

아, 그가, 마침표가 된줄 알았던 그가 새 순이듯 돌아왔다.

쉼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