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그림/때로는 나도

이 그림 한 점

조용한ㅁ 2013. 9. 15. 01:45

 

 

구자승화백이 그린 "비내 강변"이라는 풍경화입니다. 

 

이 그림이 압구정동의 현대갤러리에 전시되었던 날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이 그림 앞에 한참을 멈춰 서 있다가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는 또 이 그림 앞에 서고, 또 멈춰서고 그러다가

 아예,  그림 앞에 수십분을 서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이 참 좋지요?" 큐레이터인지, 판매책임자인지 제법 나이가 든 여자가 가만히 말을 걸었어요.

그러더니 내 눈과 마주치자 그녀의 눈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것이었어요.

웬일일까 하는 순간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줄줄 울고있었던걸 알고는 참 민망했지요.

그림 앞에 서 있을 당시부터 몇걸음 뒤로 물러서면,

 

밤 새도록 잠을 못 이룬 한 젊은 영혼이

안개 자욱한 새벽강가를  서성이고 있는......그러니까 나 자신의 좌절의 시기를 보았던것 같아요.

그녀는 전시 도록을 가져다  주면서 이 그림 값이 얼마라고 당시의 나에겐 천문학적인 액수를 얘기했던것 같습니다

 

그 그림을 살 수는 없었지만, 이제 나는.

이 만큼은 아니라도, 적어도

내 마음을 담은 그림을 그릴수 있는 화가가 되었지요.

또다시 이 그림 앞에 선다면, 아마 ......

미소 지을것 같아요. 

안개 낀 강변의 풍경화 앞에서 울던 그녀는.

 

바람과 비와 눈보라가 뒤엉켜 흐르는 세월의 강을 건넜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