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지심도에서 - 이형권

조용한ㅁ 2014. 3. 6. 10:06

 

 

 

 

 

그대 마음 속에 섬 하나가 있다면
해변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었다가
싱그러운 보리밭을 스치고 지나가는
철모르는 바람이고 싶어

그대 마음 속에 섬 하나가 있다면
파도에 부서지는 바윗돌이었다가
그 세월을 안고 구르는
작은 조약돌이고 싶어

가진 것이라고는 다만 마음 뿐이어서
그대를 기다리는 일이
외로운 산등성이 밤새워 깜빡이는
등대의 불빛처럼 애처로울 때

그대의 마음 속에 섬 하나가 있다면
공고지 언덕받이 노란 수선화 밭이었다가
남풍이 부는 삼월 어느 날
눈물처럼 떨어지는 동백꽃이고 싶어

지심도에서 - 이형권
Douglas / Forest Hy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