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달빛편지 조용한ㅁ 2015. 3. 27. 01:35 달빛 편지 이 이 매일 밤 그는 긴 편지를 써서 불꺼진 내 창가에 놓고 간다 어떤 날은 깨어 있다가 그의 편지를 받기도 한다. 오늘도 그는 뜰 앞의 높은 잣나무 가지에 턱을 괴고 조용히 내 창가를 바라보며 편지를 쓰고 있다. 방에 불을 켜고는 그의 편지를 읽을 수 없다 뜨락에 숨어 사는 귀뚜라미들도 그의 편지를 받았는지 소리 높여 저마다의 목소리로 그것을 나에게 읽어주고 있는데 나는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조용한 목소리를 아무에게도 전해 줄 수 없다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 없는 황홀한 연애편지를 날마다 그에게서 받으며 이렇게 살고 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