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ㅁ 2016. 5. 20. 10:32

참회

 

                          김 남 조

 

사랑한 일만 빼곤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다오

 

그 사랑 나를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 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 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 다오

눈물 먹고 잿빛 이끼

청청히 자라거든

내 피도 젊어져

새봄에 다시 참회하리라

 

 

김남조 시집 <희망학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