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길 그리고 섬

조용한ㅁ 2016. 7. 8. 11:21

길/마종기 섬/복효근







길 그리고 섬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우리들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저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신선해졌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 마종기 -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나이는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기다리고 있지

사랑이라 부르지 않아도

사랑일 수밖에 없는 사랑을

물 흐르는 아픔과 꽃피는 고통을 알게 되었어도

나는 언제까지나 그리워하고 있지

더럽혀지고 잊혀져도

죽을 때까지 사랑인 사랑을


















그러나 그대는

망설이듯 망설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듯 멀어질뿐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끝나지 않는

늦은 겨울...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밖에...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일 같은 건,

얼마든지 일어나지

그리고 나는 생각해

언젠가는 끝이 날거야




















당신을

전부 잊어버렸단 건

거짓말이야

난 가끔 궁금해하곤 하지

아직도 당신은

그렇게 아이처럼 웃는

아직도 그렇게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지





















아직도 당신이 세운

그 굳건한 성 속에서

당신만의 꿈을 꾸고있는지

세상은아직도 당신에게

그렇게 거칠고 낯선지

당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캄캄한 동굴속에서 헤매는 어린아이처럼

두렵고 무서웠어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당신이 내게 준 깊은

외로움 탓이었지

아주 멀리 떠나왔지만

아직도 나는

캄캄한 동굴속에 갇힌 꿈을 꾸곤 해

사랑이거나 인생이라거나 시에 관한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




















마침내...

그것이 정답인가 싶으면 그것은

본질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빠져나가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지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모호하고

불친절한 질문만 남게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질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쨌든 살아가야 하고

어쨌든 사랑해야 하고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라고 묻는 일이다



너 여기서 무얼 할거니

너 언제 움직일 거니

너 이제 어디로 갈 거니

너 어떻게 돌아갈 거니

라는 질문에 대해 대답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한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 일이다

즐거움도 우울함도 놀라움도

온전히 나 혼자 끌어안는 일이다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고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것.

그것이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이다.

- 황경신 -





















- 복효근 -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

절벽으로 남았는데 ...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