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시는 분의 손길 - 마종기
내가 마침내
세상살이의
긴 여정을 끝내고
하느님 앞에 서면
그분은 물으시겠지.
그간 무엇을 하며 살았느냐고---.
나는 주머니 속에
소중히 모아온 것들을
보여드리겠지.
지워져 가는 노트장의 시구절,
시든 꽃잎,
자갈돌,
추억의 사진---.
그 아름답던 세상 것들이
어쩌면 이렇게 초라해 보일까
부끄러워할 즈음,
하느님은 웃으며 말씀하실까?
그래도 열심히 살았구나.
가진 것들이 모두 보기 좋다.
그리고 특히
여기까지
길을 잃지 않고 온 것이
제일 기특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