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편지 ... 천상병

조용한ㅁ 2017. 3. 22. 12:02

 

 


 

 

 

 

편지 ... 천상병

 

 

점심을 얻어 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새 ... 천상병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카페 회원들과 수리산으로 새의 재롱?을 찍으러 갔었다.

언제나 불만덩어리인 나.

맘처럼 안되는 사진작업에 잔뜩 주눅들고 끝내는 화났었다.

이런 나에게 천상병님의 시는 반성문이고 위로고 기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