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따뜻한 황홀

조용한ㅁ 2017. 5. 16. 23:04


따뜻한 황홀

김경성


어떤 나무는
절구통이 되고
또 다른 나무는 절구공이가 되어
서로 몸을 짓찧으며 살아간다

몸을 내어주는 밑동이나
몸을 두드리는 우듬지나
제 속의 울림을 듣는 것은 똑같다

몸이 갈라지도록, 제 속이 더 깊게 파이도록
서로의 몸속을 아프게 드나든다

뒤섞인 물결무늬 절구통 가득히 넘실대며
절구공이 타고 흐른다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 2017. 시인동네

김경성 시인

전북 고창 출생으로 2011년 <미네르바>신인상.

시집『와온』『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