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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의 시와 병풍 그림

대관령을 넘어서 친정을 바라보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에 두고
외로이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은 아득도 한데
흰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어머님 그리워
산 첩첩 내고향 천리언마는
자나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한송정 가에는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 줄기 바람
갈매기 모래톱에 헤락 조이락
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가려니
언젠가 강릉길 다시 밟아 가
색동옷 입고 앉아 비느질할꼬
 
 
 

가지와 방아개비

제1폭에는 가지·방아깨비·개미·나방·벌 등이 등장하고 있다.
땅위에 개미 한 쌍과 방아깨비가 기어다니고,
위쪽에는 나비·벌·나방이 날고 있다.
자연 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수박과들쥐

제2폭에는 수박·들쥐·패랭이꽃·나비·나방 등이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수박을 파먹는 들쥐 두 마리의 모습이 흥미롭다.
민화에서는 수박이 다남(多男)의 상징물로 여기지만
이 그림에서는 그런 의미와는 상관이 없다.
 

어숭이와 개구리

제3폭은 공간을 나는 나비, 원추리꽃 줄기에 붙은 매미,
 뛰어 오르려는 개구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화폭의 것과 같은 구성 요소와 짜임새를 가진 문양이 반닫이나 장롱 등
 가구 장식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원추리는 일명 망우초(忘憂草), 또는 훤초(萱草)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시경 詩經》에서 유래한 것으로,
근심을 잊고 답답함을 푼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기서는 그저 흔히 보는 식물 중 하나일 뿐이다.
 

산차조기와 사마귀

제4폭에는 여뀌·메꽃·잠자리·벌·사마귀 등이 등장하고 있다.
 잠자리는 여뀌 주위를 날고 있고, 사마귀는 땅을 기면서 벌을 노리고 있다.
사마귀는 민화나 다른 그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소재이지만
초충도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맨드라미와 쇠똥벌레

제5폭에는 맨드라미·산국화·나비·쇠똥벌레 등이 등장하고 있다.
쇠똥벌레 세 마리가 제나름대로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나비는 맨드라미 주변을 무리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이 화면의 주인격인 맨드라미는 계관화(鷄冠花)라고도 부르는데,
민화에서는 관계에로의 진출을 상징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것과 상관없이 보인다.
 

원추리와 개구리

제6폭에는 어숭이꽃·도라지·나비·벌·잠자리·개구리·메뚜기가 등장하고 있다.
나비와 잠자리는 어숭이꽃과 도라지꽃 주위를 맴돌고 있고,
개구리는 땅에 기는 메뚜기보다 허공을 나는 나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잠자리는 고려 동경이나 도자기 장식 문양에 등장한 예가 있으나
다른 그림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양귀비와 도마뱀

제7폭에는 양귀비·패랭이꽃·달개비·도마뱀·갑충 등이 등장하고 있다.
도마뱀이 고개를 돌려 갑충의 거동을 살피는 모습이 재미있다.
 

오이와 개구리

제8폭에는 개구리·땅강아지·벌·오이·강아지풀 등이 그려져 있다.
개구리가 땅강아지를 잡아먹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