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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노희성 화백

* 침묵 -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사람을 얼마나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의 설익은 생각은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되기를 기다릴수 있도록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의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 속 침묵 - 유안진



어느 덫에 걸렸길래
이토록 뜨거운 내 입김은
말이 되지 못하는가

달아오를수록
싸늘한 눈발이 되고 마는가
나잇값을 따져보며
눈길을 걷는다

눈 위의 발자국처럼
스스로 상처 내며

아물기도 전에
다시 자해하며

말이 되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겨울은 겨울은 깊어만 간다.



그림 / 노희성 화백 (꿈꾸는 수채화)
음악 / 파가나나의 사랑의 이중주 (Notizia della partenza, Allegro moderato)



JULI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