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가는 길
홀로가는 길 유자효 빈 들판에 홀로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동행도 친구도 있었지만 끝내는 홀로 되어 먼 길을 갔습니다 어디로 그가 가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따금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홀로였기에 어느 날 들판에 그가 보이지 않았을 때도 사람들은 그가 홀로 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없어도 변하지 않는 세상 모두가 홀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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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섭이 물었다 '번뇌가 무엇이뇨'
그것은 바람이나 물 같은 것이어서 중생이 있는 곳이면 피할 수 없나이다
바람이나 물 없으면 못 살듯이 그것이 없으면 중생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나이다
'부처는 열반이로군'
가섭은 눈을 감았다
-유자효 '번뇌' 전문
용서해다오
나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지 못하고
천박한 지식 때문에
죄를 뿌리고,
세상의 욕심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니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꿈같이 걸어온 시간들에 그늘이 지니
독초같은 나의 삶을
용서해다오
- 유자효의《금지된 장난》중에서
아침 頌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이 너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없다.
두려워 말라
젊은 이여
그 길은 너의 것이다.
비온 뒤 풋풋한 숲속에서
새들은 미지의 울음을 울고
은빛 순수함으로 달리는
이 아침은 아름답다.
인생
유자효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유자효님의 ‘추석’
.........
[유자효의 기도] 가을의 노래
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이
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Meav - Ailein Duinn
서울대학교 불어과 학사 졸업 | |
- | 부산고등학교 |
---|
경력
- | 한국시인협회 이사 |
---|---|
2007 ~ | 제9대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
2004 ~ 2005 | SBS 논설위원실 실장 |
2003 ~ 2004 | SBS 기획실 실장 |
- | SBS 라디오센터 센터장 |
- | SBS 논설실 실장 |
- | SBS 국제부 부장 |
1974 ~ | KBS 기자 |
* Ten 임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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