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 이형산 굽힐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부러지면 부러졌지 굽힐 줄 모른다고 말하지만, 생각의 끝에서는 무수히 휘어지고 흔들리고 있었다. 살면 살수록 잃어버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었다. 흔들리고 휘어질 때마다 생긴 응어리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마디져 끊어진 시간은 차라리 잃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살아보니 때로는 휘어져야 부러지지 않더라. 꽃에 목숨을 걸지 마라. 살아보니 꽃은 최후에 피는 것이고, 삶을 푸르게 했던 것은 꽃이 아니라 응어리질 때마다 피어난 이파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