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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홀로가는 길 외 /유자효

홀로가는 길  

    
             홀로가는 길 
                         유자효
    빈 들판에 홀로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동행도 친구도 있었지만
    끝내는 홀로 되어
    먼 길을 갔습니다
    어디로 그가 가는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따금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홀로였기에
    어느 날 들판에 그가 보이지 않았을 때도
    사람들은 그가 홀로 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없어도 변하지 않는 세상
    모두가 홀로였습니다
    

     

    김종학 '설악산 풍경'(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



    가섭이 물었다 '번뇌가 무엇이뇨'

    그것은 바람이나 물 같은 것이어서 중생이 있는 곳이면 피할 수 없나이다

    바람이나 물 없으면 못 살듯이 그것이 없으면 중생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나이다

    '부처는 열반이로군'

    가섭은 눈을 감았다


    -유자효 '번뇌' 전문

    용서해다오

    나를 사랑하는 너를
    사랑하지 못하고
    천박한 지식 때문에
    죄를 뿌리고,
    세상의 욕심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니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꿈같이 걸어온 시간들에 그늘이 지니
    독초같은 나의 삶을
    용서해다오


    - 유자효의《금지된 장난》중에서

     

    아침 頌

    자작나무 잎은 푸른 숨을 내뿜으며

    달리는 마차를 휘감는다.

     

    보라

    젊음이 너쳐나는 생명으로 용솟음치고

    오솔길은 긴 미래를 향하여 굽어 있다.

     

    아무도 모른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길의 끝은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는 아직 없다.

     

    두려워 말라

    젊은 이여

    그 길은 너의 것이다.

     

    비온 뒤 풋풋한 숲속에서

    새들은 미지의 울음을 울고

    은빛 순수함으로 달리는

    이 아침은 아름답다.

     

     

                       인생

     

                             유자효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유자효님의 ‘추석’

     

    .........

     

    [유자효의 기도] 가을의 노래

    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이
    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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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av - Ailein Duinn


     

    서울대학교 불어과 학사 졸업
    -   부산고등학교

경력

- 한국시인협회 이사
2007 ~ 제9대 한국방송기자클럽 회장
2004 ~ 2005 SBS 논설위원실 실장
2003 ~ 2004 SBS 기획실 실장
- SBS 라디오센터 센터장
- SBS 논설실 실장
- SBS 국제부 부장
1974 ~ KBS 기자

 * Ten 임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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