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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시

모란의 연(緣)

 

 

 

 

 

 

모란의 연()

 

 

                                                            류시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번이나

당신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없겠지만

가끔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하고도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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