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Yongjae O’Neill
"섬집아기" 비올라 연주- 리차드 용재 오닐
버 선 본
어머니
누나 쓰다버린 습자지는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줄 몰랐드니
습자지에다 내버선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걸
어머니
내가 쓰다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간 뭣에 쓰나요?
그런줄 몰랐드니
천우에다 버선본 놓고
침발려 점을 찍곤
내버선 만드는 걸
(1936.12)
겨 울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어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램이
달랑달랑
얼어요
애 기 의 새 벽
우리집에는
닭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울어서
새벽이 된다
우리집에는
시계도 없단다
다만
애기가 젖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햇 빛 . 바 람
손가락에 침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발러
쏘옥, 쏙,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반 디 불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려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디불은
부서진 달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조각을 주으려
숲으로 가자
거 짓 부 리
똑.똑.똑,
문좀 열어 주세요
하루밤 자고 갑시다.
밤은 깊고 날은 추운데
거 누굴까?
문열어 주고 보니
검둥이의 꼬리가
거짓부리 한걸
꼬기요,꼬기요,
달걀 낳았다
간난아 어서 집어 가거라
간난이 뛰어가 보니
달걀은 무슨 달걀,
고놈의 암탉이
대낮에 새빨간
거짓부리 한걸
눈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 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1936.12)
참 새
가을지난 마당은 하이얀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읽으며
두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로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자한자 밖에는 더못쓰는걸
(1936.1.2)
편 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읍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가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빗 자 루
요오리 조리 베면 저고리 되고
이이렇게 베면 큰 총되지.
누나하고 나하고
가위로 종이 쏠았더니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누나하나 나하나
엉덩이를 때렸소
방바닥이 어지럽다고ㅡ
아아니 아니
고놈의 빗자루가
방바닥 쓸기 싫으니
그랬지 그랬어
괘씸하여 벽장속에 감췄드니
이튿날 아침 빗자루가 없다고
어머니가 야단이지요
(1936.9.9)
봄
우리 애기는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뜨막에서 가릉가릉
애기 바람이
나무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
하늘한가운데서 째앵째앵
(1936.10)
무얼 먹구 사나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어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1936.10)
햇 비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해ㅅ비
맞아주자 다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자엿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다리 놓였다
아롱아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같이 춤을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1936.9.9)
굴 뚝
산골작이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몽기몽기 웨인연기 대낮에 솟나
감자를 굽는게지 총각애들이
깜박깜박 검은눈이 모여 앉어서
입술에 꺼멓게 솣을 바르고
옛이야기 한커리에 감자 하나씩
산골작이 오막살이 낮은 굴뚝엔
살랑살랑 솟아나네 감자 굽는내
(1936.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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