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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수필.기타

모두에게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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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잠을 자려고 누워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본 적 있어?

어렸을 때 말야, 그러니까 아주아주 어렸을 때

가끔 하늘에 가득히 차올라 있는 별들을 올려다보면서

엄마 무릎에 누워 있던 때가 있었어.

나는 여름밤 모기에게 물려가면서 열심히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곤 했어.

별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려고.

 

 
 


그때 내가 빌려고 했던 소원이 무엇인지는 잊어 버렸어.

아마 꽤나 간절한 소원이었을 거야.
그러니까 나는 눈이 아프도록

하늘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겠지.

 

사실 그 당시에는 별똥별보다

소원을 비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을 텐데,
소원을 빌기 위해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소원을 잊어버렸을까.

과거는,

가끔 그렇게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만 남겨두곤 해.

 

이를테면 풍경 같은 것.

사람은 사라지고 풍경만 남는거야.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정말 인생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하곤 해.

어쨌거나 그 시절 그렇게도 열심히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는데,

나는 한 번도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어.

오랜 시간이 지나서,

한 번인가 두 번인가 나는 별똥별을 본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 때는 또 너무나 순식간이어서,

나는 아무런 소원도 빌 수가 없었어.



소원을 빌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떨어지지 않더니,

어째서 아무 생각도 없는 텅 빈 눈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별은 떨어지는 것일까.

 

 

나는 그게 너무 아팠어.

이유도 없이 아팠어.


물론 빌어야 할 소원 같은 건 없었어.

어른이 되면서 모두 버렸어.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

그건 너무 깊은 상실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들은 언젠가

나를 스쳐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 밖에.

 

 

 

 

-황경신, 「모두에게 해피엔딩」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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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지 (Daisy OST) / 헤이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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