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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그림/때로는 나도

또다시 당신앞에(사순절의 시) /이해인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Maria Maddalena penitente)

회개하는 성 마리아 막달레나

(티치아노 베첼리오 / 1490년 경~1576.8.26)



또다시 당신 앞에
(사순절의 시)


이 해인

해마다 이맘 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뒷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이 죄인<>거울 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여
깨어 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 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사제가 얹어 주신 이마 위의 재처럼
자디잔 일상의 회색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뜨는 법을
죽어서야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 배우며
진리를 새롭히게 하소서

맑은 성수를 찍어
십자를 긋는 내 br>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

여전히 나에게 관대했고
이웃에게 인색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속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세운 이상론자였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여!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일 만이라도은빛 물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이 싱싱한 기도

< 주여 내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내 안에 굳센 정신을 새로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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