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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박수근 3대

박수근家 꺼지지 않는 예술혼…‘박수근 마을’ 개관 기념 작품전

할아버지는 ‘국민의 화가’로 불린다. 아버지도 화업에 정진중이며 고모는 인천여중 교장 선생님이다. 청출어람이라 했던가. 20대 손자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화가 겸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유망 작가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들과 함께 ‘예술 3대’를 만나러 가보자.

바로 박수근(朴壽根,1914∼1965) 3대다. 올해는 박수근의 40주기이자 강원도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이 개관한 지 삼 년이 되는 해로 미술관은 그의 생가터에 2002년 10월 25일,2000여평 규모로 건립되어 박수근의 예술혼을 기리는 동시에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때맞춰 양구군은 박수근미술관 옆 양구읍 정림리 128번지 일대 5000여평의 부지에 예술인촌 ‘박수근 마을’을 건설,오는 11월 5일 개촌 행사를 갖는다. 요즘 ‘박수근 마을’은 개촌에 앞서 마을사람들의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박수근가(家) 3대에 걸친 화업의 길’과 ‘시대의 초상,일상의 울림’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내년 2월 26일까지 개최되는 것.

‘박수근 마을’에는 220여평의 전시관,작가 스튜디오,관람객 편의시설을 갖춘 종합적인 문화시설이 들어서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유망 작가들을 입주시켜,박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연구하고 재조명해나갈 계획이다.

‘3대전’에는 박 화백과 큰딸 박인숙(62)씨,아들 박성남(57)씨와 손자 진흥(34)씨의 그림 33점이 나란히 걸린다. 이번에 걸릴 박 화백의 작품에는 그가 드로잉을 할 때 주로 사용한 연필과 지우개,물감을 소재로 그린 ‘정물이 있는 풍경’(1962)과 엄마가 일을 마치고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시간을 평화로운 정경으로 그려낸 미공개작 ‘언덕 위 풍경’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딸의 작품은 아버지와는 같은 듯 하면서 자세히 보면 좀 다르다. 아버지의 그림이 고향의 흙냄새처럼 정겹다면 인숙씨의 그림 ‘우마차’와 ‘소녀의 꿈’ 등은 좀 더 동화적이다.

호주로 이민을 가 천신만고 끝에 부친의 화업을 잇고 있는 장남 성남씨는 캔버스에 연필과 유채로 그린 ‘층-녹색거리에서’라는 작품 등을 출품한다. 두터운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부친의 작품과는 차이가 있는 작품이다.

“층에 천착하면서 28년 동안이나 선 긋기 작업을 해 왔어요. 아버지가 덧칠을 통해서 촉각적인 효과를 얻었다면 나는 덜어냄을 통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얻었지요. 그건 시대의 차이에서 오는 층으로 아버지와 내 그림 사이의 층이기도 합니다.”

장손 진흥씨는 약관의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이민을 갔다. 이들 부자가 박수근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인도와 호주 등지에서 외롭게 미술을 공부했다. 이국만리에서 할아버지 박수근에 대한 그리움과 잊혀진 소중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추억의 여행’을 그렸다. 그렇게 그린 4작품이 할아버지의 그림 옆에 나란히 걸린다.또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리는 ‘시대의 초상,일상의 울림’전에는 공성훈,이종구,박병춘,김지원,황주리 등 8명이 유화와 드로잉 등 27점을 출품해 ‘3대작품전’을 축하해주고 있다(033-480-2655).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