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제 저녁(1886)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작
캔버스에 유채, 106.9 * 89.3 cm
필라델피아 미술관
떠들썩한 카니발 행렬에서 빠져나와 카니발 가장을 그대로 한 채 고요한 숲길을 걸어가는 연인들.
팔장을 꼭 끼고 있는 그들 위로 옅게 채색된 구름이 흘러가고 하얀 보름달이 그들을 비춰준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에 나오는 글귀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알겠지" 가 생각나기도 하고
월하정인 신윤복 (1758~?) 작
종이에 채색, 28.8 cm * 35.2 cm
간송 미술관, 서울
독일의 낭만주의 시인 아이헨도르프의 [밤의 꽃]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시는 지금 연인과 함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연인과 떨어져 있는 사람의 노래 같지만
밤의 꽃
아이헨도르프 Joseph Freiferr von Eichendorff (1788~1857) 작
번역자 미상
밤은 고요한 바다와 같다.
기쁨과 슬픔과 사랑의 고뇌가
얼기설기 뒤엉켜 느릿느릿하게
물결을 몰아치고 있다.
온갖 희망은 구름과 같이
고요히 하늘을 흘러가는게
그것이 회상인지 또는 꿈인지
여린 바람 속에서 그 누가 알랴.
별들을 향하여 하소연하고 싶다.
가슴과 입을 막아버려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희미하게
잔잔한 물결소리가 남아 있다.
앙리 루소는 그의 유명한 정글 그림들 때문에 예전에 알았지만 정글 그림만 봤을 때는
특별히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 저 [사육의 저녁]처럼 텅빈 푸른 하늘에 창백한 보름달이 떠있는 일련의 그림들을 보고
루소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루소의 달밤 그림은 그 어떤 화가의 달밤 그림보다도 천진난만하면서
몽환적이다. 마치 어린 시절 꿈의 한 조각처럼.. 그러니 [루소의 달 아래]라는 음반까지 나오는게 아닐까?
그리고 이런 루소의 달밤 그림 중 최대 걸작은 화가 자신이 무척 아끼기도 했던 [잠자는 집시]일 것이다.
잠자는 집시 La bohemienne endormie (1897)
루소 Henri Roisseau (1844~1910) 작
캔버스에 유채, 129.5 * 200.7 cm
근대미술관 MOMA, 뉴옥
루소는 자신의 작품 중에 특별히 이 그림을 골라서 자신의 고향인 라발 Laval 시에서 시 소유로
사줄 것을 권하며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 만돌린을 연주하며 방랑하는 흑인 여인이 피로에 지쳐, 마실 물을 담은 병을 옆에 둔 채 깊이 잠듬니다
. 사자가 돌아다니다 그녀를 발견하지만 잡아먹지 않습니다 여기에 달빛의 효과가 있는데 매우 시적입니다.
이 장면은 사막에서 벌어집니다. 집시는 오리엔트풍의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화가 자신이 시적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 그림은 시적이다.
이 그림을 보면 아이헨도르프의 또 다른 시가 떠오른다
달밤
아이헨도르프 Joseph Freigerr von Eichendorff (1788~1857) 작
마치 하늘이
대지에 조용히 입맞춤하여,
대지가 꽃의 희미한 빛 속에서
이제 하늘을 꿈꿔야 하는 것 같았다.
바람이 들판을 가로질러,
이삭들은 부드럽게 물결쳤고,
숲은 살며시 살랑겨렸다.
그토록 밤은 별들로 또렷하였다.
그리고 나의 영혼은
넓게 날개를 펴고,
고요한 대지를 가로질러 날았다.
마치 집으로 날아가듯.
담요 대신 서늘하면서도 온화한 달빛으로 몸을 덮고, 저멀리 흐르는 강물의 아득한 물결소리를
자장가 삼고, 그리고 사자를 옆에 두고도.. 아니 사자를 벗삼아.. 평화롭게 잠든 집시의 영혼은,
그녀의 꿈은, 지금 어디를 날아다니고 있을까? 이 그림을 극찬한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감독 장 콕토 Jean Conteau (1889~1963)는 바로 이 모든 것이 집시의 꿈이라고 보았다.
담요 대신 서늘하면서도 온화한 달빛으로 몸을 덮고, 저멀리 흐르는 강물의 아득한 물결소리를 자장가 삼고,
그리고 사자를 옆에 두고도.. 아니 사자를 벗삼아.. 평화롭게 잠든 집시의 영혼은, 그녀의 꿈은,
지금 어디를 날아다니고 있을까? 이 그림을 극찬한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감독
장 콕토 Jean Conteau (1889~1963)는 바로 이 모든 것이 집시의 꿈이라고 보았다.
" 아마 사실 이 사자와 이 강은 잠자는 사람의 꿈일 것이다.. 디테일에 소홀하지 않았던 화가가
잠자는 여인의 발 주면 모래에 발자국을 그려넣지 않은 것은 무심코 그렇게 한 것이 아닐 것이다.
집시는 거기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거기에 있다. 아니, 그녀는 거기에 없다.
그녀는 인간세상에 있지 않다. 그녀는 시의 비밀스러운 영혼이다
생-니콜라 항구에서 본 생-루이 섬의 전경 (1888)
루소 Henri Rouesseau (1844~ 1910) 작
캔버스에 유채, 46 * 55 cm
세타가야 미술관, 도쿄
뱀을 부르는 사람 (1907)
루소 Henri Rouesseau (1844~1910)작
캔버스에 유채, 169 * 189.5
오르세 박물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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