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일 5시.
행여 자느라 첫차를 놓칠새라 아예 1분도 못 잔 나를 남편이 배방역까지 데려다주었다.
아마도 그 역시 깊은잠을 못잔듯.....
지난밤의 달이 아직도 서편하늘에 떠 있고, 나는 이 역의 첫손님.
5시27분, 1호선 전철로 수원까지, 수원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고 죽전역. 거기서 버스정류장까지 택시.
압구정에서 7시30분에 출발하는 무심재버스를 타기엔 충분한 시간.
자작나무 숲.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아서 이미 초록이 너무 짙을거란 예상과는 달리, 숲은 연녹색으로 투명했다.
그 빛을 무어라고 말해야하나.....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아. 자작나무의 초여름 빛은 이토록 아름답구나....
그림 구상이 곧 결정되었다. 녹색바탕에 하얀 직선을, 굵거나 가늘게.....
마크. 로스코가 왜 평면을 단조로운 색으로 채웠는지 이해가 될듯도했다.
궂이 설명을 않더라도, 경험한 자는 충분히 공감할거라는 것.
자작나무 숲을 나와 점심식사후 비밀의 숲에 들어섯다.
* 설피마을.*
한때는 200여 가호가 살았다는 마을은 간데없고 잡초 무성한 숲길을 호젓이 걸었다.
어찌나 고요한지 마치 잠자고 있는것 같았다.
이렇게 학교까지 있었으니... 폐교된 교실도 드려다보고....
중간중간 산뽕나무 열매랑 산딸기를 따 먹으며, 하나도 바쁠것 없는 우리들.
잠시 계곡에 발을 담그며 쉬엄쉬엄.....참 행복한 소풍길.
-사진은 무심재님의 것을 퍼다가 편집했슴-
여고때, 운동장 가에서 바라보던 호밀밭을 여기서 처음 보았다.
꼭 그림소재로 쓸 구도는 아니었지만, 여러장 찍었다.
이윽고 도착한 연가리골 맑는터. 오두막집.
풋풋한 산나물이랑 도토리묵 차려져 있었는데, 특히 그 묵맛이란....
무심재님이 그랬었다.
'그 묵을 먹어보면, 다른데서 먹는 묵은 묵도 아니다'라고.
그 표현은 유머러스 할 뿐 아니라 실로 정확했던것. (아래 사진은 무심재님의 것)
나는 먹기에 바빠서 사진찍을 겨를이 없었다. ㅎㅎㅎ
다른 한쪽에선 숯불위에 돼지고기가 익어가고....
잔뜩 먹어서 배불러 죽겠는데, 수박을 반달만하게 잘라다주는 머핀님, 못 다 먹고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 깔아놓은 자리에 잠시 눕는다는게 그만
아예 자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까지. 꿀잠. 꿀잠......
그래서 아래의 모닥불 파티는 구경도 못했다는...ㅎㅎㅎ
기타 치고, 피리불고, 하모니카까지....
달은 휘영청 밝았을까? (사진: 무심재님)
다음날.
곰배령에 올랐다.
야생화의 계절은 이미 지났으므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길가에 함박꽃도 멸송이 남아있고, 뭐라뭐라하는 야생화도 더러 있었다.
사진은 찍지않고 그저 눈인사만 .
그보다는 태고적 원시림이 사뭇 좋았고, 울창하게 덮힌 나뭇가지가 후두둑 내리는 비을 가려줘서 또 좋았던 트레킹.
크게 힘들것 없이 사뿐이 내려올 수 있었던 내 체력에도 감사해야하겠지?
멋진 스틱을 빌려주신 무심재님 고맙습니다.
여행공지가 뜨면 갈까말까 망서린다.
시골로 이사온 후 서울까지 간다는게 그리 만만치 않은탓.
이번 역시 그랬다.
원래 야행성이라, 2시 이쪽저쪽에 잠이 들어 늦은 아침에야 일어나는 습성이어서 새벽차를 타야하는 형편이 영 불안한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살 고개를 넘어선 나를 벌떡 일으켜 세운 자작나무 숲.
그 숲이 아름다워서 고마웠고, 정원의 반에도 못미치는 인원임에도 행사를 진행하신 무심재님 더 많이 고맙습니다.
기름값만 받고, 이틀동안 미소로 이끌어준 우리들의 사랑스런 마부, 머핀님,고맙습니다.
오가는 길에 아이스께끼을 사 주신 산술벗님, 과일과 고기를 듬뿍 사주신 예쁜 님들의 배려도 고맙구요,
싱그러운 자작나무 숲에서, 나이를 잊고 마냥 해찰을 부리던 내게 나무지팡이까지 만들어 주며 배려해 주신 이광수 팀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뒤에서, 사랑스런 미소로 행여 뒤쳐질새라 보살펴 준 길동무들 모두모두 고마워요.
밤새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셨다는 색동저고리님, 죄송하긴 하지만, 처음 만난 인연의 기쁨이 더 큽니다.
더욱 건강하시구요, 다음 여행길에서 또 만나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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