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꽃. &꽃을 위한 서시/김 춘수

조용한ㅁ 2008. 1. 13. 11:32

                          *꽃/김춘수 詩*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꽃을 위한 서시(序詩)/김춘 수 詩*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에게 부침 /천 양희  (0) 2008.01.17
月下獨酌 (월하독작)..... 李太白  (0) 2008.01.13
꽃/김 춘수  (0) 2008.01.12
서풍부(西風賦) / 김춘수  (0) 2008.01.12
아무르 강가에서/박 정대  (0) 2008.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