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우체국 안도현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 아름다운글/안도현 2017.09.27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 아름다운글/안도현 2014.06.08
마지막 편지 - 안도현 마지막 편지 - 안도현 내 사는 마을 쪽에 쥐똥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 아름다운글/안도현 2013.09.13
가을의 소원 ... 안도현 가을의 소원 ... 안도현 적막의 포로가 되는 것 궁금한 게 없이 게을러 지는 것 아무 이유없이 걷는 것 햇빛이 슬어 놓은 나락냄새 맡는 것 마른 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가끔 소낙비 흠씬 맡는 것 혼자 우는 것 울다가 잠자리 처럼 임종하는 것 초록을 그리워 하지 않는 것 아름다운글/안도현 2011.10.07
외롭고 높고 쓸쓸한 외롭고 높고 쓸쓸한 - 안도현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 아름다운글/안도현 2010.07.13
땅 땅 - 안도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 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다 .. 아름다운글/안도현 2010.07.13
겨울 편지 겨울 편지 안도현 댓잎 위에 눈 쌓이는 동안 나는 술만 마셨다 눈발이 대숲을 오랏줄로 묶는 줄도 모르고 술만 마셨다 거긴 지금도 눈 오니? 여긴 가까스로 그쳤다 저 九耳 들판이 뼛속까지 다 들여다보인다 청둥오리는 청둥오리 발자국을 찍으려고 왁자하게 내려앉고, 족제비는 족제비 .. 아름다운글/안도현 2009.12.28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 아름다운글/안도현 2008.09.26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 아름다운글/안도현 2008.09.02
나그네 / 안도현 나그네 / 안도현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읍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되어 내스스로의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아름다운글/안도현 2008.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