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 재진

조용한ㅁ 2009. 2. 25. 10:51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 재 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