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동백꽃 편지 - 이형권

조용한ㅁ 2009. 3. 6. 10:28
 


 

          
           동백꽃 편지  -  이형권
          내 고향 남쪽바다 바람모퉁이 숲에서
          툭! 하고 동백꽃이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철없던 시절의 사랑 같기도 하고
          홀로 떠돌아 흐르던 추억 같기도 하고
          무심코 발견한 지난날의 연서戀書 같기도 합니다.
          시나브로 봄은 오는데 꽃은 떨어져 쌓이고
          선홍색의 슬픔을 뒤척이며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대는 지금 어느 바다를 헤매는 가여운 넋이 되었습니까.
          바라보면 길 위에는 초사흘 달빛이 흐르고
          은빛 물보라를 일으키는 수평선 너머
          아득하게 떠오르는 기억들
          바다에는  못 다한 사랑처럼 동백꽃이 지고 있습니다.
          외마디 비명처럼 등 뒤에서 툭! 하고 떨어집니다.
          이승에서의 짧은 생애를
          샘물처럼 고이는 슬픔만 남기고
          그대는 지금 어느 길섶에 앉아서 여위어 가는지요.
          바다에는 온전히 떨어져 누운 붉은 꽃숭어리뿐
          그대를 기다리는 일이
          피었다 지는 동백꽃처럼 속절없을 때
          남쪽 바닷가 바람 모퉁이 숲에는 
          비문碑文처럼 지워지지않는 시간이 흐르고
          바람 부는 등대 아래 서서
          먼 바다로 동백꽃 한 송이 띄워 보냅니다.
          서러운 노래 같은 꽃 한 송이 띄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