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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그림들/한국의화가 작품

몽유도원도/안견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난계 박연의 찬시

  • 글쓴이: 韶 爍
  • 조회수 : 48
  • 09.05.0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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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난계 박연의 찬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조선의 왕자가 꿈 꾼 이상향을 그린 것이다. 세종대왕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安平大君, 1418~1453년)이 세종 29년(1447년) 4월 20일 한밤중에 사육신의 한 사람인 박팽년을 비롯한 당시의 유명한 신하들과 함께 복숭아밭에서 놀던 꿈속의 광경을 안견에게 말하여 그리게 하여 3일 만에 완성하였다고 하는 ‘몽유도원도’이다.

<도판>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안견, 1447년(세종 29), 비단 바탕에 먹과 채색,  106.5×38.7㎝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 소장.

 

 

 이 그림에는 안평대군이 직접 쓴 서문과 시문 이 붙어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세종 조의 대표적 인물 21명의 찬시(贊詩)가 실려있다. 상권에는 안평대군의 발문에 이어서 신숙주(申叔舟, 1417∼1475), 이개(李愷, 1417∼1456), 하연(河演, 1376∼1453), 송처관(宋處寬, 1410∼1477), 김담(金淡, 1416∼1464),고득종(高得宗), 강석덕(姜碩德, 1395∼1459), 정인지(鄭麟趾, 1396∼1478), 박연(朴堧, 1378∼1458)의 찬시가있으며,하권에는 김종서(金宗瑞, 1390∼1453), 이적(李迹), 최항(崔恒, 1409∼1474), 박팽년(1417~1456), 윤자운(尹子雲,1416∼1478),이예(李芮,1419∼1480),이현로(李賢老, ?∼1453),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성삼문(成三問, 1418∼1456),  김수온(金守溫( 1409∼1481), 만우(卍雨, 1357∼?), 최수(崔脩)의 찬시가 실려있다.  중국 북송대의 산수화풍을 발전시킨 조선 전기 산수화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회화사적인 가치는 물론, 서문과 찬문들의 문학적 가치와 함께 조선 전기 송설체를 볼 수 있는 등 서예사적으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안평대군은 세종대왕이 승하하신 후 문종 때 조정의 배후에서 실력자 구실을 하며, 둘째 형 수양대군과 은근히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1453년(단종 계유정란(癸酉靖亂)때 수양대군에 의해 반역을 도모했다 하여 강화도로 귀양을 갔다가 그 뒤 36세의 나이에 사사되었다. 문학과 예술 방면에 높은 감식안을 지닌 당대 최고의 애호가였고 그 자신도 글씨에 뛰어나 당대의 명필로 꼽혔다. 당시 화원화가인 안견과의 친분이 두터웠던 안평대군의 예술적 후원 하에 탄생하게 된 ‘몽유도원도’는 긴 두루마리 그림이다. 일반적인 두루마리 그림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림이 전개되는 것과는 다르게 왼편 하단부의 현실세계에서 오른편 상단부의 도원세계로 전개되어 서로 대조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동양의 산수화는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는 원근법에 그려지는데 여기에서도 왼쪽의 현실세계는 정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풍경인데 오른쪽의 도원세계는 부감법이라고 하여 높은 곳에서 대각선으로 깊숙이 내려다보는 원근법에 의해 그려졌다. 이러한 동양 산수화의 원근법은 실제로 파노라마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듯이 그림을 보는 우리가 직접 걸어서 산을 오르는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보다 충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몽유도원도’는 중국 동진(東晋)·북송(北宋)대의 시인인 도연명(陶淵明:365-427년)이 쓴 ‘도화원기(桃花園記)’와 연관성이 크다. ‘도화원기(桃花園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진(東晋)의 태원 연간(太元年間:376∼396)에 무릉(武陵)에 사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복숭아나무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어부는 배에서 내려 산 속의 동굴을 따라 나아갔는데, 마침내 어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는 논밭과 연못이 모두 아름답고, 닭소리와 개 짖는 소리가 한가로우며, 남녀가 모두 바깥세상과 같은 옷을 입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진(秦)나라의 전란을 피하여 그곳까지 온 사람들이었는데, 수백 년 동안 바깥세상과의 접촉을 끊고 산다고 하였다. 그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곳의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말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당부를 어기고 돌아오는 도중에 표시를 해 두었으나, 다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도화원기(桃花園記)’는 세속을 떠난 이상향을 얘기할 때 등장하는 단골 주제이다. 전란으로 피폐한 세상을 피해 떠나간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 상, 하지만 다시는 찾아 갈 수 없었다는 이상향! 서양 문화권에서는 유토피아라고 표현하는데 실제로 유토피아(Utopia)는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으로, 영국의 정치가이며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1478~1535)의 정치적 공상소설에서 나오는 공산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 및 교육과 종교의 자유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가상의 이상국을 얘기한다. 영어 단어에서 ‘유토피아적(Utopian)’이라는 형용사가 ‘공상적이고, 몽상정인, 실현 불가능한’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진정한 이상향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세종 29년(1447) 어떤 날 꿈속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여행하고 거기서 본 바를 안견에게 설명해 주어 3일만에 완성된 그림인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조선 최고의 그림이며, 한국회화사 전반에 걸쳐서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몽유도원도〉에는 도원의 경치를 그린 그림과 함께 안평대군의 발문, 그리고, 안평대군의 주위에 있던 박팽년, 최항, 신숙주 등 당시의 쟁쟁한 인물 21인이 자필로 쓴 찬시도 함께 실려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몽유도원도〉는 회화 작품으로써 뿐만 아니라 서예 작품으로써, 또는 당시 안평대군을 둘러싼 중신들과의 관계를 알아 볼 수 있는 사료(史料)로써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시문

두루마리 안쪽에는 첫머리에 〈몽유도원도〉라고 쓰여진 제첨(題簽:제목)이 붙어 있고, 그 다음에는 폭 25cm의 푸른색 비단 바탕에 여섯 행의 붉은 글씨가 쓰여 있다. 이 주서(朱書)는 안평대군이 1450년, 즉 〈몽유도원도〉가 완성된 3년 뒤에 쓴 것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 어느 곳이 꿈꾼 도원인가

(世間何處夢桃源)

은자(隱者)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野服山冠尙宛然)

그림 그려 보아 오니 참으로 좋을씨고

(著畵看來定好事)

여러 천년 전해지면 오죽 좋을까

(自多千載擬相傳)

그림이 다 된 후 사흘째 정월 밤

(後三日正月夜)

치지정에서 마침 종이가 있어 한마디 적어 맑은 정취를 기리노라

(在致知亭因故有作淸之)


화면의 전개

이 시문에 이어서 몽유도원의 세계가 전개된다. 그림을 보면 화면의 왼쪽 아래에서부터 오른쪽 위로 꿈속에 나타났던 장면이 점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화면의 왼쪽은 현실 세계가, 화면의 중간은 도원으로 들어가는 동굴과 험난한 길이, 오른쪽에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도원의 이상세계가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의 중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도원의 경치를 보면 위쪽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바위가 이곳이 동굴임을 상징하고 있으며, 복숭아나무들과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텅빈 초가집들이 보이고, 영롱한 복사꽃 사이의 물가에 작은 빈배가 매어 있다.


안평대군의 발문


안평대군이 쓴 발문의 내용을 살펴보자.

정유년 4월 20일 밤에 바야흐로 자리에 누우니, 정신이 아른하여 잠이 깊이 들어 꿈도 꾸게 되었다. 그래서 박팽년과 더불어 한곳 산 아래에 당도하니, 층층의 멧부리가 우뚝 솟아나고, 깊은 골짜기가 그윽한 채 아름다우며, 복숭아나무 수십 그루가 있고, 오솔길이 숲 밖에 다다르자, 여러 갈래로 갈라져 서성대며 어디로 갈 바를 몰랐었다. 한 사람을 만나니 산관야복(山冠野服)으로 길이 읍하며 나한테 이르기를,

“이 길을 따라 북쪽으로 휘어져 골짜기에 들어가면 도원이외다.”

하므로 나는 박팽년과 함께 말을 채찍질하여 찾아가니, 산 벼랑이 울뚝불뚝하고 나무숲이 빽빽하며, 시냇길은 돌고 돌아서 거의 백굽이로 휘어져 사람을 홀리게 한다.

그 골짜기를 돌아가니 마을이 넓고 틔어서 2, 3리쯤 될 듯하여, 사방의 벽이 바람벽처럼 치솟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데, 멀고 가까운 도화 숲이 어리 비치어 붉은 놀이 떠오르고, 또 대나무 숲과 초가집이 있는데, 싸리문은 반쯤 닫히고 흙담은 이미 무너졌으며, 닭과 개와 소와 말은 없고, 앞 시내에 오직 조각배가 있어 물결을 따라 오락가락하니, 정경이 소슬하여 신선의 마을과 같았다. 이에 주저하여 둘러보기를 오래 하고, 박팽년한테 이르기를,

“바위에다 가래를 걸치고 골짜기를 뚫어 집을 지었다더니, 어찌 이를 두고 이름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도원동이다. ”

라고 하였다. 곁에 두어 사람이 있으니 바로 최항, 신숙주 등인데, 함께 시운을 지은 자들이다. 서로 짚신감발을 하고 오르내리며 실컷 구경하다가 문득 깨었다.(하략)

안평대군이 쓴 이 발문의 내용을 보면 〈도화원기〉의 내용과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박연의 찬시


 

一自漁郞迷路行寰中始有桃源名古今名

畵風雨驚前後雄文波濤領挾岸桃林幾

歲榮架巖屋舍隨意生土砌茅茨花裏

明霞蒸綺灩川原平熙皞絶紛爭豈

獨羲黃世大淸


達人本自不依形其乃精神通仙扃一鶴

星輅駕長風三僊玉珂交玲瓏怡然草次

偶相逢竹影四座籠靑葱料他感應是的

傳樂水樂山其襟胷緬思佳夢必有徵華

胥瑞應聊可憑君不見荊王枕上夢不入

傅巖向巫峽又不見蔣生屛底夢不愛周公

戀胡蝶爲雲爲雨意的德相蘧空自適

匪懈堂高映梅竹瓊珠萬卷書連廛文章

道德薄雲漢制度經綸弼


宵旴世道民風慨三嘆周情孔思求一貫天君泰

然不役形塵想無綠抵間隙有意乾坤再

淳朴且欲人民躋壽域軒轅準胥兆不成

匪懈桃源豈虛得裨諶謀野辭命精子賤

彈琴治道成超然物表怡性情於中自有大

權衡莫將容易議丹靑我刮今目天地寧


一自漁郞迷路行

寰中始有桃源名

古今名畵風雨驚

前後雄文波濤領

挾岸桃林幾歲榮

架巖屋舍隨意生

土砌茅茨花裏明

霞蒸綺灩川原平

熙.皞.絶紛爭

豈獨羲黃世大淸


達人本自不依形

其乃精神通仙扃

一鶴星輅駕長風

三僊玉珂交玲瓏

怡然草次偶相逢

竹影四座籠靑葱

料他感應是的傳

樂水樂山其襟胷

緬思佳夢必有徵

華胥瑞應聊可憑

君不見荊王枕上

夢不入傅巖向巫

峽又不見蔣生屛

底夢不愛周公戀

胡蝶爲雲爲雨意

的德相蘧空自適

匪懈堂高映梅竹

瓊珠萬卷書連廛

文章道德薄雲漢

制度經綸弼


宵旴

世道民風慨三嘆

周情孔思求一貫

天君泰然不役形

塵想無綠抵間隙

有意乾坤再淳朴

且欲人民躋壽域

軒轅準胥兆不成

匪懈桃源豈虛得

裨諶謀野辭命精

子賤彈琴治道成

超然物表怡性情

於中自有大權衡

莫將容易議丹靑

我刮今目天地寧



○武夷九曲歌는 朱子가 學問에 投身하여 한 걸음 한 걸음 境地를 쌓아올린 過程과 마침내 學問을 大成하여 얻은 마지막 境地를 「武夷九曲歌」란 十首의 詩를 지어 읊어 表現 한 것이다. 이 武夷九曲歌는 朱子가 53歲때 武夷山 아래 紫陽書院에서 지은 詩로 그는 이것을 弟子親舊들에게 보이고 보내 주면서 하나의 웃음거리로 삼아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詩는 朱子가 최상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의 과정을 武夷山 계곡(一曲 升眞洞, 二曲 玉女峰, 三曲 仙機巖, 四曲 金鷄巖, 五曲 鐵笛亭, 六曲 仙掌巖, 七曲 石唐寺, 八曲 鼓樓巖, 九曲 新林市)의 경치에 빗대어 지은 것으로 朱子의 學問의 경계를 가장 극명하게 그린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詩이다.


‘호접지몽(胡蝶之夢)’은 ‘물아(物我)의 구별을 잊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약해서 ‘호접몽(胡蝶夢)’이라고도 한다.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성은 장(莊), 이름은 주(周)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시대를 살았던 그는 인간의 참 자유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되었고, 그 자유를 추구하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그 결과 물(物)의 시비(是非)·선악(善惡)·미추(美醜)·빈부(貧富)·화복(禍福) 등을 구분짓는 일이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고, 만물은 결국 하나의 세계로 귀결된다[物我一體]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제창하였다. 호접지몽이라는 고사에 이러한 생각이 비유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


다음은 《장자》의 〈제물론편(齊物論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장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다.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그러다가 문득 깨어 보니, 자기는 분명 장주가 되어 있었다. 이는 대체 장주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다. 장주와 나비는 분명 별개의 것이건만 그 구별이 애매함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사물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구별이 있는 것인가?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피상적인 구별, 차이는 있어도 절대적인 변화는 없다. 장주가 곧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주라는 경지, 이것이 바로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세계이다.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주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별이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이처럼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는 것, 또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해 호접지몽이라 한다. 오늘날에는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해서 쓰이기도 한다.


           *                         *                             *         

장주[莊周 BC365~BC290] 전국시대(戰國時代) 송(宋)나라 몽(蒙; 河南省 商邱縣) 사람으로 성(姓)이 장(莊), 이름(名)이 주(周)다. 흔히 장자(莊子)로 불리는데 그의 저서(著書) [장자(莊子)]가 유명하다.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사상가로서,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자(代表者)다.



[작품 해설]


어부가 찾아갔다가 길을 잃은 일 생긴 이후로

이 세상에는 비로소 도원이라는 이름 있게 되었네.

고금의 이름난 그림들이 비바람 만난 듯 놀라고,

앞뒤의 웅장한 문장들도 출렁이는 파도처럼 기우네.

언덕을 양쪽으로 낀 복숭아 숲은 몇 해나 꽃을 피웠던고?

바위에 기대 엮은 집들은 제멋대로 생겼구나.

흙 섬돌 띠풀 집은 꽃 속에서 밝게 보이고,

눈부신 놀은 탁 트인 시냇가 들판에 가득 피어오르네.

마음 편하고 즐거워 다툴 이 없으니,

어찌 복희씨와 황제의 시대에만 세상이

크게 맑았다 할 것이랴!

달인은 본디 스스로를 형체에 의지하지 않고,

정신으로써 신선의 경지를 드나드는 법,

한 마리 학을 타고 흐르는 별처럼 긴 바람 몰아가니,

세 신선의 말고삐가 영롱하게 반짝이네.

우연히 서로 만나 기쁨을 나누는데,

대나무 그림자 사방으로 짙푸르게 둘러쌌네.

이들이 지니는 감응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헤아려 보았더니

물 즐기고 산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골똘한 생각으로 꾸는 아름다운 꿈은 반드시 징험이 있을 터,

황제가 화서씨 나라에서 이상사회 보았다는 것도

믿을 만한 이야기.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형왕(荊王)이 베개맡 꿈속에서


부암(傅巖)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무협(巫峽)으로 향하였음을.

그대는 또한 알지 못하는가? 장주(莊周)가 병풍 맡 꿈속에서

주공(周公)을 흠모하지 아니하고 호랑나비를 그리워하였음을.

구름이 되고 비가 되는 것은 필경 무슨 덕일까?

너울 너울 자유롭게 홀로 노니는구나.

비해당 높은 곳에 매화와 대나무가 비쳐있고,

주옥같은 만권 서적 빽빽히도 들어 차 있네.

문장과 도덕은 은하수 가에까지 뻗쳐있고,

제도와 경륜은 임금님의 정사를 보필한다네.

세상의 도리와 백성들의 풍도는 못내 개탄스러우나,

주공의 마음과 공자(孔子)의 뜻을 한결같이 추구한다네.

마음이 태연하여 형체를 수고롭게 하지 않으니,

세속의 잡스러운 생각 따위 파고들 틈조차 없어라.

하늘과 땅에 뜻을 두어 거듭 순박하기만 하오며,

모든 백성 천수를 누리는 낙원에 오르기를 바라신다네.

황제가 화서씨(華胥氏)나라에 노신 꿈

그 조짐이 허황스러운 것 아니었나니,

비해당이 도원에 노신 것도 어찌 거짓으로 전하여지는

말이라 하랴!

비심(裨諶)이 진실로 초야(草野)를 갈망하니

언사가 순일하여지고,

자천(子賤)이 거문고 타고 지냈으나

정사가 저절로 다스려졌었다네.

초연히 물외(物外)로 나아가 성정을 기쁘게 지니니,

참으로 커다란 저울대가 절로 그 가운데 있다네.

쉽사리 단청(丹靑)을 의논하지 말지니,

내 이제 눈 크게 뜨고 천지의 편안함을 보리라.


 난계 박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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