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검은 비로드처럼 숲이 짙고, 다랑이논은 금빛 하늘을 조각조각 나눠담은 쟁반 같다. 지난 7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남평리 금평마을 속칭 ‘야싯골’의 다랑이논의 낙조는 밀레의 ‘만종’에 못지 않게 보는 이를 경건하게 만든다. 이 논은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평생을 땅에 기대 살아온 손마디 굵은 농부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 이렇듯 인간의 고된 노동이 만들어낸 풍경이 때론 그 어떤 예술품이나 절경보다 아름다울 때가 있다.
야싯골은 마을이 끼고 있는 미륵산 일대에 야시(여우)가 많았다고 해서 붙었다고도 하고, 한자 지명 야소골이 삼군통제영 시절에 무기를 만들던 대장간이 있었다고 해서 풀무 ‘야(冶)’자와 바 ‘소(所)’자를 썼다고도 전해진다. 지난해 여름 통영을 취재하다가 푸르름 무성한 다랑이논의 거울 같은 물이 어떻게 하늘을 담을까 궁금했다. 1년을 기다려 미륵산 정상 부근 봉수대 자리에서 모내기를 앞두고 논에 물이 가득 담긴 모습을 촬영했다. NIKON D3 70-200㎜ f18 1/2초 Iso 200
통영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