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느리 (밑씻개, 배꼽, 밥풀꽃)]의 유래와 전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예로부터 참 묘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을 빼앗겼다는 서운함일까요..? 질투일까요..?
같은 여인으로 가장 가까워야 하고 서로 보호해야 할 관계가
고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며느리에 대한 감정이 곱지 않는
시어머니의 마음은 영원한 숙제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로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를 두고
전해오는 설화와 속담이 많이 있습니다.
[미운 열 사위 없고, 고운 외며느리 없다.]
[흉이 없으면 며느리 다리가 희단다.]
[가을볕에는 딸을 쪼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쪼인다.]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야생화에도 [며느리]라는 대명사를 붙인 꽃이 꽤 여럿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며느리밑씻개]에 관하여 알아보도록 하려고
합니다. 며느리 밑씻개라는 이름에서 심술궂은 시어머니와
가여운 며느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나요..? 큼큼~
전국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며느리밑씻개]는 쌍떡잎식물
마디 풀목 마디풀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입니다.
며느리밑씻개와 거의 유사한 식물로 며느리배꼽이 있습니다.
지금도 냇가 기슭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고마리도 꽃만 놓고
보면 며느리밑씻개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유사합니다.
또한 [가시덩굴 여뀌]로도 불리는 며느리밑씻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어린 순을 나물로 데쳐
먹기도 합니다.
주로 담장이나 넝쿨을 타고 자라는 넝쿨식물인 며느리 밑씻개의
줄기에는 가는 가시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서 우리나라 시어머니
들의 심성을 우화적으로 빗댄 것 같아 실없는 미소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미운 사람의 대표적 인물이 며느리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며느리
밑씻개는 [의붓자식 밑씻개]로 며느리배꼽은 [의붓자식배꼽]
으로 불리기도 한다는군요. 어떤 전설이 있기에 시어머니의
심술이 가득 담긴 꽃 이름이 되어야 했을까요..? 큼큼~
자~! 그러면 [며느리 밑씻개]의 전설을 한번 알아 볼까요..^(^
◈ 며느리 밑씻개꽃의 전설
안동의 풍산마을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어느 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밭에 김을 매기 위하여 밭에
갔습니다.
밭을 매던 도중, 시어머니는 자연스런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풀숲에 들어갔답니다. 볼일을 다 본 시어머니는 언제나
그랬듯이 옆에 잡히는 호박잎을 손에 잡고 마지막 뒤처리를
하려고 했죠.
그때 시어머니의 손에 잡힌 것은 호박잎이 아니라 며느리
밑씻개였어요. 가시 돋친 잎으로 뒤처리를 했으니 얼마나
따가웠겠습니까..?
화가 난 시어머니는 [에이 저 눔의 풀, 꼴 보기 싫은 며느리년
볼일 볼 때나 걸려들 것이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구요..
그리고 또 하나의 전설은 화장지가 귀했던 시절..
며느리가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면, 일은 안하고 화장실만
드나든다고 시아버지가 이 풀을 뒷간 근처에 심어 놓고
가시가 난 이 풀를 휴지 대신 사용하라고 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전설이 있는데 모두 며느리에 대한 구박이
깔려있어서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가여운 삶을 엿보는것 같아
가슴이 짠해옵니다.
그러나 며느리밑씻개에는 예전에 민간에서 아주 귀중한
약재로 쓰였습니다. 치질을 예방하는 성분이 있어 이 풀로
좌욕을 하거나 달여 먹기도 했지요.
대를 이을 자손을 생산하는 며느리에게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며느리밑씻개를 권 한 시어른들의 숨은 사랑이..
고부간의 갈등으로 와전돼 지금까지 구전으로 내려 온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 생약명 : 낭인(廊茵) - 며느리밑씻개의 지상부
▶ 효능 : 옴, 버짐, 악창, 태독, 습진에 유효하며, 타박상에
어혈을 제거하고 치질에도 쓰인다.
▶ 민간에서는 뿌리를 술에 담갔다가 신경통 치료제로 쓴다.
며느리밑씻개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람니다.
◈ 며느리 배꼽꽃
며느리배꼽에 관한 전설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단지 며느리밑씻개와 비슷하게 동그란 이파리 위에 배꼽같이
둥글둥글 둥근 것을 맺고 있으니, 그 유사성에서 며느리배꼽
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하고 상상할 뿐입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모양새가 마치 임신한 며느리의 배
같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파리가 위로 볼록하게 튀어나
오면 영락없이 임신한 여인내의 배 같지요.
설마하니 아무리 못된 시어머니라도 임신한 며느리까지
미울까..? 그러나 아들이 귀한 집이거나, 딸만 줄줄이 난
집에서는 그 사정이 달라진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자식을 낳지 못하면(無子)
칠거지악의 하나로 쫓겨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임신한
기간 동안은 그 여느 때보다 평안(?)한 날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며느리]라는 이름이 들어 있는 꽃보다는
덜 슬프게 다가오는 꽃이기도 하다.
그런데 배꼽을 닮은 것이 보랏빛으로 익어 가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며느리배꼽의 꽃을 본 적은 없다. 그게 꽃인지도
모르겠다.
보랏빛으로 익어가면서 안에 까만 씨앗이 맺힐 뿐, 피지
않는 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미와 아가의 생명을
이어가게 했던 탯줄의 흔적이 배꼽이고 보면 활짝 피지
않고도 넉넉하게 씨앗을 맺어 가는 모습이 영락없이
복중의 아기를 잉태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색각하며.. ^(^
☞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을 구별하는 방법
그리고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을 구별하는 방법은
며느리 밑씻개는 잎자루가 잎의 가장자리에 붙어있는데 반해,
며느리배꼽은 잎자루가 잎의 가장자리에서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서 붙어있다.
그래서 이 잎자루가 붙은 잎 뒷면의 움푹 패인 곳이 배꼽같이
보인다고 하여 며느리배꼽이란 이름이 생겼다.
며느리밑씻개의 잎자루가 달린 부분[잎밑]의 잎 모양은 대개
좁고 중앙의 한 부분만 둥글게 움푹 패여있지만, 며느리배꼽은
전체가 일직선을 그리며 살짝 들어간 형상으로 밋밋한 편이다.
며느리밑씻개의 꽃 색깔은 연한 홍색이고 끝부분만 적색인데
비해, 며느리배꼽의 꽃은 엷은 녹백색이고 나중에 열매가 되면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는데 이름처럼 짙은 보라색 열매가 둥근
탁엽 위에 배꼽 모양으로 열리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 며느리 밥풀꽃의 전설
옛날 어느 마을 가난한 집 아들이 혼인을 하여 며느리가 들어
왔습니다. 당시는 흉년이 계속되는 시기여서 웬만한 집안에서는
끼니를 이어가기 힘들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 생신날이
되어 며느리는 귀한 쌀을 한 줌 내어 밥을 지었습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 밥상을 차려 드리고 나서 솥을 씻으려다가
솥뚜껑 안에 붙은 밥알 두 알을 보고 얼른 입에 넣는데, 마침
시어머니가 들어와 그것을 보고 말았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부엌일을 하면서 항시 자신의 몫을 감추
었다 먹는 것으로 오해하고 내쫓아버렸답니다. 억울하게 내쫓긴
며느리는 고갯마루에 앉아 울다가 자신의 결백을 내보이기 위해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깨달은 어머니와 아들은 그 시체를 거두어
선영에 묻었는데, 다음해 그 무덤에 하얀 밥알을 입에 문 것
같은 꽃이 피었답니다.
사람들은 그 며느리의 넋이 꽃으로 화했다 하여
며느리 밥풀꽃 이라 하였답니다.
큼큼~ 이 외에도 [며느리]에 대한 서글픈 야그들이 많은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올리겠심돠~! 즐감하시길..^(^
2009/10/12 - 헛제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