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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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일까
아프지 않고
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온다던 소식 오지 않고 고지서만 쌓이는 날
배고픈 우체통이
온종일 입 벌리고 빨갛게 서 있는 날
길에 나가 벌 받는 사람처럼 그대를 기다리네
미워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외롭지 않고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까닭 없이 자꾸자꾸 눈물만 흐르는 밤
길에 서서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네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한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 시인: 1955. 대구출생
1976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와 1985년 <시인>에 시가, 1993년 조선일보와 작가세계에 소설이 당선되었고 몇권의 시집과 산문, 동화집을 펴내었다.
오랫동안 방송국 피디로 일했으며 직장을 떠난 뒤 명상과 마음공부 프로그램들을 배우거나
가르치며 살아왔다. 정목 스님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인 '거룩한 만남'과
아픈 어린이 돕기 '작은 사랑'을 만들기도 했다.
[출처] 국화앞에서 / 김재진|작성자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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