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제주 카훼리 선상에서.
♪ 아리랑 (stop = ■)
추억은 더듬기만 하여도 즐겁습니다.
4년전 폭설에 허우적대던 한라산행도 그리워졌고
빡빡머리 수학여행때 다도해의 해넘이도 아련히 떠 올랐습니다.
추억은 먼지낀 창고 선반에 얹혀진 일기장이지만
털어내면 다시 살아나는 것인가 봅니다.
바다와 산을 동시에 탐익할 수 있는 꼬박 이틀간의 여정으로
짜여진 안내산행의 기회가 있어 꿈틀대는 추억을 찾아 갔습니다.
거대한 카훼리도 둥구적댈 정도로 한때 차가운 강풍이 불었지만
산골인은 마냥 좋아라 갑판을 지켰습니다.
눈밭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구름마져 잔뜩끼어
모처럼 맘먹은 여정이 아쉽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면서 말입니다.
▼제주의 작은 봄소식
▶바다는 존재감을 줍니다.
생명력을 가진 것끼리의 동질감이라고 할까요.
▼이호해수욕장
▼둥글게 매만져진 화산석이 독특한 용두암.
▶갈등
잠이 안옵니다. 남녁의 봄소식을 전해줄 수 있느냐는 제의가 번뜩 떠 오릅니다.
산행을 포기하고 서귀포의 유채밭과 매화단지나 가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제주의 밤을 뒤척이게 합니다.
☞ 06시30분. 성판악 출발.
▼오름도중 뜨는 해는 마음을 바쁘게 합니다.
▼ 08시30분. 진달래대피소.
▼하늘은 맑았으며.
▼상큼한 아침입니다.
▼저만치 아래로는 구름바다가 넘실댑니다.
▶사람과 산은 같이하는 존재입니다.
오늘은 어차피 산만을 담기는 어려워 보이며
또한 오늘처럼 사람이 좋아 보이기는 처음입니다.
▼쌓여진 눈은 없지만 나무서리꽃이 핀 주변 풍경과 조망이 좋습니다.
▶산과 나그네
산에서의 사람은 나그네입니다.
산은 늘 그 자리를 지키며 사람은 다녀 갈 뿐 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나그네가 주인공이고 싶어합니다.
▼모두가 사진가이며 사진가는 모델이 됩니다.
▼저 먼 바다가 쪽빛일텐데.
▼오름이 두렵지 않으면.
▼기쁨이 두 배가 되고.
▼이 시간이 다시올지 모르니.
▼오래 머물고 싶습니다.
▼오름에의 욕망이.
▼한라의 풍경이 되고.
▼☞ 10시30분. 백록담 을 선물합니다.
▼가야 할 길이 즐겁다고 느껴질 쯤.
▼감동이 감격으로 이어지다가.
▼풍경 오르가즘에 사로잡혀 하마터면 '우리나라만세' 라고.
▼소리지를 뻔 했습니다.
▶아리랑과 아내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 우리강산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락이 아리랑이요.
좋은풍경을 마주하니 같이 못 온 아내가 그리워집니다.
▼이쯤되니 낯선 여산님도 반가워 보이고.
▼누구나 대단해 보입니다.
▼사람과 산이 밑그림이고.
▼밑그림은 우리의 것이라고.
▼자랑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흡족한 발걸음이지만.
▼자꾸만 뒤돌아 보아지고.
▼또 아쉬움을 남깁니다.
☞13시20분.탐라계곡 날머리부.
적설 높이에 따라 길을 표시하는 줄이
두세가닥씩 전체 등로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선상 황혼에 그윽하게 젖어.
▼만족스런 여정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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