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후에 피어난 너무 여린 분홍이 피워올린 행복 그리고......
매사에 소극적이고 주춤거리기까지 하는 나. 해서,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는 열려진 문으로 가만히 드려다보는 이웃이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었지만, 선뜻 들어서지 못하고 쭈빗거린것도 예의 그 낯가림 때문이었을거예요.
섬진강, 아주 오래전, 내 친구 호영이랑 섬진강변을 터벅터벅 걸었던적이 있습니다. 떠나기는 함께 떠났고, 함께 그 강변에 있었지만, 호영이는 저만치 강물 가까이를, 저는 좀 더 윗길 밭고랑을 걸었지요. 상상만으로나마 김용택시인의 그 여자네 집의 그 여자가 되어보기도 했던걸 보면, 그때만해도 제법 설레임따위가 내안에도 존재했던 때인가합니다.
제게 좋은습관 하나가 있는데요, 그것은 제가 읽어보고 매우 좋다고 느낀 책은 여러권 사서 친지들에게 나눠주는 일입니다. 그 때, "그 여자네 집"이란 시집을 꽤 여러권 사서 선물했었는데, 심지어 나보다 두살 아래인 시동생에게도 주었으으니 "그 여자네 집"에 얼마나 반했었는지 짐작하시겠지요? 하루는 그 책을 선물받은 선배가, 새로 입주 할 아파트 벽에 걸 그림으로 섬진강을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작업이 거의 끝나가던 겨울풍경 '어디갔다 돌아올땐 제일 먼저 눈길이 머무는 집'이란 구절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더니 거실에 걸기엔 너무 쓸쓸하다며 매화가 피고있는 섬진강을 화사하게 그려보라고 했습니다. 매실마을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에는 매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직 푸른잎이 돋아나기전의 강변은 삭막하기조차 했었는데, 그것은 당시의 섬진강변엔 매화가 그리 지천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름대로 이곳 저곳에 매화밭을 그려넣고, 그것도 성이 차지않아서 강변에 나룻배 한척까지 그려넣었는데, 그 그림은 3년도 넘게 선배의 집에 걸려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보았습니다. 결코 매화밭이라고 볼수는 없는 분홍색 들판과, 억지스런 나룻배를.....
저는 그 그림을 고쳐다줄테니 제발 떼어달라고 졸랐습니다. 화실에 들어서자마자 우스광스런 배를 지우고, 새하얗거나 분홍색으로 채워진 들판도 지웠는데,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대책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런채로 그 그림은 화실 한 모퉁이에서 몇몇해를 보내고 있는데, 예의 그 선배는 그림 떼어먹었다며 비싸게 팔아놓고 물건을 가져갔으니 "썩을년"이라고 심심하면 쿡쿡 찌르곤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뭉기적 거리고 있었는데, 웬일로 언제부턴가 섬진강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설중매가 어떻고 매화봉오리가 어떻다는 얘기가 들리고 부터는 사무치기에 이르렀지요.
탐매여행이라기에, 섬진강을 그렇게 가까이 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어두워오는 강가에서 더욱 선명하게 피어나는 매화를 만져보고 가슴가득 안아보게 되다니, 이 무슨 호사인지...... 드물게 찾아온 행운이 저의 봄을 환히 밝히고 가득 채울듯합니다. 님들의 봄도 그러하기를....... .........
둥지,무심재에 사시는 어여쁜 님들을 만나 많이 행복했습니다. 한장면이라도 더 찍고 싶어 늦곤하던 저를 묵묵히 기다려주시던 무심재님, 죄송하고 많이많이 고맙습니다.
2010. 4월 ........조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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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바람처럼.....>에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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