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집시의 기도

조용한ㅁ 2010. 6. 14. 09:02

집시의 기도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

둥지 를 잃은 집시 에게는
찾아 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 의 아름다움도
집시 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 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었는데

모든 것 잃어 버리고
사랑 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 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 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굼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 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 로 얼굴 숨기며

아려 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 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 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 평생의 끝 자리에서 잠자리 를 걱정 하며
석촌원 맥없이 앉으니의  눈 앞에서 춤춘다.
뒤엉킨 타래 처럼... 난마 의 세월들...

깡 소주 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 대고
                              수치심 잃어 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 서너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 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 하자



눈물을 찍어 내는 지어미 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시 시작 해야지 도 없고,
자랑 도 그저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 앉지 말고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 가야지...
걸어 가야지...
(20년 5월 자 조선일보에서




 

(충정로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노숙인 장금의 시.

시 한 수 남기고 2009년 6월 1일 하늘로 간 그...)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리는 눈발 속에서 서정주  (0) 2010.06.23
꽃 지는 저녁/ 정호승  (0) 2010.06.23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김재진  (0) 2010.06.03
먼 그대 - 오세 영  (0) 2010.06.03
한잎의 여자/오 규원  (0) 201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