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 배용제
버드나무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오르자
나뭇가지가 파르르 떨린다
일순 허공의 거대한 세계가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제 몸 깊숙이 떨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나무는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다
어쩌면 버드나무는 평생
사소한 바람 소리에도 아득히 정신을 놓으며
떠나간 새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속울음 같은 떨림을 끌어안고
오래오래 제 속을 비워갈 저 버드나무
자신의 영혼이 펼칠 수 있는 마지막 날개 같은 것이어서
떨림이란 또 다른 너의 얼룩 같은 것이어서
없는 너를 품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지
가슴속 오래 멈추지 않는 울렁증,
어느 상한 마음이 머물다 떠나간 흔적일까
또다시 허공 속 수만의 길을 향해 안부를 묻는다
바람 한 줌이 들여다보는 빈자리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그림자만 버려져 있다
내 것이 아닌 나를 내가 사용하는 것 같은 죄스러움에
길바닥에 우두커니 세워두지만
어느새 어두운 내 속으로 따라와 웅크린 채
버드나무와 나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잎이 지거나 완전히 늙어버릴 때까지
서로의 떨림을 견주어본다
날 수 없는 날개를 품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 막막함이라서
*Y-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