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예술가 가운데 자신의 불행을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의 슬픔을 통해 싹이 트고 그들의 감성을 통해 여과된 결실이 훌륭한 작품으로 남아 오늘날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주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예술은 작가의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만들어 진다. 예술가에게 자기와의 타협은 예술의 혼을 버리는 것이 된다. 물론 극한의 상황으로 내모는 경우만이 진정한 예술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의 일상과 생각, 주변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작가의 생각과 감성의 여과를 통해 표현될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과거 영화 등을 통해 자주 그려지던 예술가의 모습은 괴팍함과 무모함에 가까운 자기 파괴적 모습이 대부분 이었다. 화가인 ‘고호’ 가 그랬고, 음악가인 ‘베토벤’ 이 그러했다. 그러나 그런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은 예술로 향하는 많은 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모든 예술이 그런 과정을 통해 창작되지 않으며, 그런 작품들이 최고의 찬사를 받지는 않는다. 음악가 ‘모짜르트’ 나 20세기 미술사의 상징적 존재인 ‘피카소’ 와 ‘달리’ 등의 경우 삶을 즐기고 여유로움을 누리는 가운데 훌륭한 작품들을 창조해 내었고, 그들의 작품이 주는 감동 역시 남다름이 있었다. 예술가들이 만들어 나가는 창작의 길은 결국 작가 자신의 치열한 내면과의 대화인 것이다.
19세기는 미술사에 있어 많은 천재들이 등장해 자유로운 화풍을 개척하기 시작한 중요한 시기였다. 기존의 아카데미즘과 종교적 제약, 대중적인 인기에 영합한 작품들에 회의를 느낀 일군의 작가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개념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시각과 기법을 형상화시키는 화풍의 창조 등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열었다. 이 시기의 작가들 가운데 특별히 어느 유파에 속했다고 하기 어려운 가운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로 ‘앙리 드 툴르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이 있다.
동시대의 많은 작가들이 자연 풍경과 정물의 묘사 등을 통해 새로운 기법과 사조를 개척하려 하였던 시기에 ‘로트렉’은 자신의 주변을 꾸밈없이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사랑의 감정을 주고 있다. 그의 그림에는 기법이나 철학적 사유에 대한 고민이 아닌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그는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의 근친혼 등의 이유로 유달리 몸이 약했고 어린 시절 큰 부상을 당한 탓에 신체적인 아픔을 갖게 되었다. 자신에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남에게 다가가거나 마음을 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거나 타인에 대해 냉소적이고 공격적 성향이 될 수 있었음에도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았고, 작품을 통해 그 느낌을 전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유난히 따뜻하다.
귀족의 아들이기에 화려한 상류사회로 나갈 수 있었으나 신체의 불편함에 대한 반작용으로 친구들과 파리의 뒷골목과 환락가를 누볐다. 화려해 보이는 ‘물랑루즈’와 퇴폐적인 ‘몽마르뜨’는 그가 활동했던 무대였고, 그 공간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에게 그림의 소재를 제공해 주었다. 그는 카페와 카바레 등지를 전전하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아름답게 치장한 무희들의 화려한 동작은 물론 그 이면의 힘겨운 모습들이 그의 화폭에 담겼고, ‘몽마르뜨’의 매춘부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그림으로 살아남았다. 그의 담담한 시선에 잡힌 그들의 일상이 꾸밈없는 모습으로 화폭에 옮겨졌으며,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일반인들이 볼 수 없었던 밤거리의 화려함 이면에 숨어있는 고단한 삶의 모습. 밑바닥 인생일 수 있는 그들의 지치고 아픈 삶의 모습이 그의 그림으로 남아 삶을 살아가는 보편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 그들을 동정하거나 연민에 찬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고 사랑했던 ‘로트렉’은 그들의 모습을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았다. 화장을 하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옷을 갈아입는 무희들과 손님을 기다리고, 의사의 치료를 받는 매춘부들의 꾸밈없는 모습은 그가 그들을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평생 아들의 아픔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깊은 사랑으로 그를 감싸 안았던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무절제한 생활과 방탕함으로 얻은 매독과 알코올 중독, 약한 몸을 돌보지 않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그림에 몰두했던 지나친 몸의 혹사로 인해 그는 37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다. 정신병원까지 드나들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그 였지만 그는 늘 세상과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그의 느낌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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