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 갈대숲.
늦가을 저녁무렵의 황금빛으로 금 그은 물길을 볼 수 있을지도 몰라.
철새떼도 있을까......
여행신청을 하면서 잔뜩 기대했고 기다렸는데.....그랬는데,
짧은 가을날을 효과적으로 쓰기위해 맨 먼저 들린다고 하시는 무심재님. 조금 실망.
그러나 드넓게 펼쳐진 갈대숲을 만나보니, 갈대숲을 이렇게 가깝게는 처음 대하는
마음이 사뭇 설레이기까지 했다.
억새 숲에 들어가 그대로 벌렁 누우면 눈시리게 푸른 하늘이 마치 바다처럼 펼져지던
내 여학생 시절이 떠올랐지만, 애고~ 바쁜 일정이여, 흐느적 흐느적 걸으며 옛생각에
잠길수는 없었으니......
선운사......
거긴 가을이 저만치 멀어져간 듯. 비워진 나무들이래 수북수북 쌓여진 낙엽들위에
노오란 햇살이 그림자를 길다렇게 드리우고 있었다.
선운사 계곡은 언제나 아름답다. 연두빛 봄날엔 연두빛으로, 꽃무릇 불타오르는 날엔 붉게
붉게 흘렀지......
가을날의 그곳은 빈 가지와, 하늘과, 차마 떠나지 못한 이파리 몇개를 안고
잔잔히 흔들리고 있었다.
`
앗! 문수사 아기단풍이여~
어찌 이토록 황홀하단 말인가.
가을을 놓쳐버리고 황망히 차에 오르던 서운함을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단풍나무 아래 선 벗님들 얼굴빛이 아기단풍 잎처럼 밝고 투명했다.
저물어가 는 가을 오후,
이제 모두를 떠나보내고 우리 또한 떠나겠지만,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남겨진 그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하늘 가장 가까이에서 반짝이는 빨간 감이 그러하고 그곳에 머문 우리의 아쉬운 눈길이 그러하겠지.
오늘 우리의 마음안에서 아름다웠던 시간의 그림들이 내일은 또 어떤 색깔로 행복하게 해 줄는지 알수는 없지만,
나무들이 그곳에서 늘 그렇게 아름답듯이 우리들 또한 그렇게 아름답다면,
내일도 또 다음 내일도 여진히 아름다우리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토록 찬란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아기단풍잎처럼......
Autumn Slumber 'Fariborz Lach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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