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무리 숨가쁘게 돌아가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탄생과 죽음의 수수께끼, 사랑이나 선이 지닌 본성적 가치, 자연이 일깨우는 절대가치 같은 것이다.
일출과 일몰, 달의 순환이 보여주는 자연의 주기도 그렇다. 과학적으로 따지면 우주의 질서는 변하는 것이지만 해와 달이 연출하는 풍경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에는 변함이 없다.
독일 낭만주의의 대가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는 절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치에 인생의
고뇌를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일몰은 그의 예술관을 집약해 보여주는 최고의 모티프였다.
작가의 자서전이라고 불리는 ‘인생의 단계들’ 역시 일몰 풍경이다. 세상을 떠나기 6년 전인 61세에 그린 이 작품은 인생의 황혼기에서 살아온 날을 돌아보는 심정을 풍경화로 엮어낸 것이다. 제목에서 말하듯 인생의 여러 단계를 보여준다. 그림은 석양이 물든 바닷가 풍경이다.
바다 위에는 다섯 척의 배가 떠 있고 해변에 다섯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풍경의 배경은 프리드리히의 고향인 독일 발트해의 작은 항구 그라이프스발트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작가 특유의 극적인 구성이 잘 드러나 있다. 화면 맨 앞쪽에 보이는 뒷모습이 만년의 작가 자신이다.
인생을 반추해본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모자를 쓴 중년 남자는 작가의 조카다.
자신 있는 모습으로 서 있는 이 남자는 인생의 성숙기를 상징하는 코드다. 우아하게 앉아 있는 젊은 여자는 작가의 딸인데 청년기를 상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스웨덴 국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아마도 작가의 손자나 손녀로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것이다.
인생의 회고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에서 반복된다. 그림 정중앙에 배치된 범선이 가장 크고 또렷한데 인생의 절정기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그 앞에 작은 배 두 척은 유년기와 청년기를 나타내는 것일 게다. 수평선에 걸려 있는 배는 장년기를, 그 너머로 돛만 아스라이 보이는 배는 노년기를 상징한다.
그리고 배를 띄우는 바다는 시간을 뜻한다. 해변에서 시작한 항해는 수평선을 넘어가면서 시야에서 벗어날 것이다. 인생의 흐름 역시 그와 같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 나아가는 항해와 같이 죽음을 향한 항해가 삶이라는 모순을 작가의 나이쯤 되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이 그림에는 두 개의 상반된 시간이 나타나 있다.
하나는 현재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의 시간, 즉 작가의 회상이다. 또 하나는 현재로부터 미래로 나아가는 정상적 시간이다. 그림에서 심리적 시간과 물리적 시간이 만나는 지점은 해변이다. 작가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현실의 장면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심리적 풍경인 것이다.
쉽게 말해 프리드리히는 해변에서 석양을 즐기는 식구를 보면서 인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됐고, 보이는 것과 생각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결합해 그림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전준엽 화가·전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Riesengebirge 1835
Riesengebirge 풍경
Rugen의 석회암 절벽
대지
바다위의 월출
산속의 십자가
산위의 십자가
안개에 싸인 바다를 바라보는....
얼음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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