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한도(歲寒圖) ♡
세한도(歲寒圖) 추사,김정희 국보 제180호 종이에 수묵 23cm x 69.2cm 개인 소장 1844(헌종 10)
`낯익은 그림,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 겨울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 곧 무너져버릴 듯한 허름한 집 한 채, 좌우로 잣나무와 소나무 네 그루가 서있고 나머지는 온통 여백뿐. 싱겁고 엉성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이 작품이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대체 무얼까.
세한도는 1844년 58세의 추사가 유배지 제주도에서 그린 문인화로 자신을 잊지 않고 먼 곳에서 책을 보내주는 제자, 역관(譯官) 이상적(1804∼1865)의 정성에 감격, 그에게 그려 보낸 것이다. 그림에 담긴 추사의 꼿꼿하고 엄숙한 정신이야 자주 거론됐지만 구도나 기법 등 형식에 관한 분석은 별로 없다. 하지만 세한도 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탁월함을 자랑하는 명작이다.
오주석 한신대강사(한국회화사)의 설명을 따라 가보자. 세한도는 두 그루씩 서있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기준으로 세 개의 여백으로 나뉜다. 맨 오른쪽 첫번째 여백이 제일 넓고 가운데에서 줄어들어 마지막에 가장 좁아진다. 첫 번째 여백은 너무 넓다보니 휑한 느낌을 줄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그림 오른쪽 윗부분에 추사체로「세한도」란 제목을 써넣어 휑함을 없앴고 그 옆에 세로로 낙관을 배치, 공간을 둘로 나누는 절묘함을 보였다.
세한도는 엉성해 보이지만 실은 완벽한 삼각형구도다. 그림 오른쪽 아래 구석과 집 옆 늙은 소나무 가지를 선으로 잇고 그곳에서 그림 왼쪽 아래 구석으로 선을 그리면 바로 삼각형. 그는『불세출의 서예가다운 놀라운 구성력에 탄성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보고 또 보아도 세한도가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추사의 기개를 표현한 그림내용 역시 놀랍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텅빈 느낌이다. 이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에 홀로 버려진 늙은 추사의 심정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나 역경을 견뎌내는 굳은 의지가 들어있어 한층 진가를 높여준다. 허름한 집이지만 붓의 선은 침착 단정하여 초라함 연민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다. 그림엔 또 유배당한 옛 스승을 존경하는 제자와 그 제자를 격려하는 스승의 따스한 마음이 어려 있다.
또한『그림 오른쪽 소나무 두 그루 중 왼쪽의 곧고 젊은 나무가 없었더라면 추사의 집은 무너져 버렸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윤곽만 겨우 있는 추사의집을 받쳐주는 튼튼한 나무, 그게 바로 추사의 제자다. 집 왼쪽의 싱싱한 잣나무 두 그루도 마찬가지. 수직상승하는 싱싱한 나무는 고독을 이겨내는 의지이자 제자를 통해 이 땅의 내일을 밝히려는 추사의 간절한 희망인 것이다` (출처: 문화재이야기//동아일보)
`세한도는 이상적의 제자였던 김병선이 소장하다, 일제 강점기에 경성대학 교수이며 추사 김정희의 연구가였던 후지즈카를 따라 도쿄로 건너가게 됐다. 당시 고서화 수장가인 손재형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일본으로 건너가 신발이 헤어지고 무릎이 헐 정도로 찾아가 매달린 끝에 거액으로 결국 다시 찾아와 지금은 그의 아들이 소장하고 있다.
당시 후지즈카가 소장했던 김정희에 관한 그 밖의 수많은 자료들은 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의 폭격으로 대다수가 타버리고 말았다고 하니 세한도>는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화를 피한 셈이다 . . 이 그림의 제목인 '세한도' 자체가 논어의 "歲寒, 然後知松柏之後凋也"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홀로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구절을 따 온 것이라 한다.
이 세한도 오른편 맨 구석엔 `長毋相忘(장무상망)` 이라는 네 글자의 붉은 낙관이 희미하게 찍혀 있다고 한다.
`長毋相忘(장무상망)`...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 스승인 추사와 제자, 우선(이상적)의 사제지정이 애틋하다.
중국 섬서성 순화에서 출토된 한조 와당에도 전서로 쓰여 있다는 '長毋相忘''길이 서로 잊지 말자‘ 무얼 서로 잊지 말자고 한 걸까? 고단했던 시절을?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잊혀져 가는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기억하며 살 수 있는 것은 고맙고 기쁜 일이다.'
눈 내리고 바람부는 뒷마당에 묵묵히 눈을 등에 지고 푸르게 서 있는 소나무를 바라봅니다.
♡ 세한도 ♡
뼈가 시리다 넋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도의 위리안치 찾는 사람없으니
고여있고 흐르지 않는 절대 고독의 시간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
무얼 찾아냈는지 까마귀 한 쌍이 진종일 울어 금부도사 행차가 당도할지 모르겠다
삶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고 치부해도 귓가에 스치는 금관조복의 쓸림 소리 아내의 보드라운 살결 내음새 아이들의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끝내 잊히지 않는 지독한 형벌
무슨 겨울이 눈도 없는가 내일 없는 적소에 무릎 꿇고 앉으니 아직도 버리지 못했구나 질긴 목숨의 끈
소나무는 추위에 더욱 푸르니 붓을 들어 허망한 꿈을 그린다
(제17회 정지용 문학상 당선작 /시인 유자효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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