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그림들/외국의화가의 작품

조르쥬 라트루의 " 목수 성 요셉"

조용한ㅁ 2012. 4. 29. 21:33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요한복음> (1:5)에 나오는 이 멋있는 성서구절 중의 "이겨 본 적이 없다"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  ‘우 카텔라벤’(ou katelaben)을 옮긴 것인데

직역하자면  ‘오롯이 잡지 못했다’는 뜻으로

여기서부터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했다’는 전통적인 풀이가 나왔다.

 

어둠이 온 세상을 덮어도 결코 작은 촛불 하나 감출수 없다

도리어 어둠이 짙을수록 불빛은 더더욱 눈에 띄게 마련이며

어둠속의 빛은 그자체로 위로이며 기도이자 소망이다.

 

17세기 프랑스의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작품들에는 그런 빛이 있다.

 

살아 생전에는 나름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사후에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채   역사속에서 완전히 잊혀졌다가 

 20세기 초 현대 미술사가들의 노력으로

다시 서양미술사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조르주 드 라 투르 

 

 

그는 촛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내 ‘촛불 화가’라 불릴만큼

어둠속의 빛을 섬세하게 잘 묘사한 화가다.

 

 

 

 

 


Georges de La Tour - Christ in the Carpenter's Shop 1645
Oil on canvas, 137 x 101 cm
Musée du Louvre, Paris

 

 

 


라투르의 그림에서 보여지는  어둠과 빛의 극명한 대비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중요한 특징으로 이 기법을 키아로스쿠로라고 부른다.

마치 그려진 대상이 캔버스 밖으로 튀어나올 것 처럼 생생한 사실성이 특징이다.

그런데 당대의 화가들은 대체로 광원, 즉 빛의 출처를 화면 밖에 두는데 반해

라투르는 화면안에 두는 특징이 있다

촛불이나 횃불의 형태로 광원을 그려 누구나 빛의 출처를 쉽게 알수 있게 한것이다

 

이런 표현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지만 실은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고도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 것이 그것이다.

어두운 그림속에 광원이 노출되어있으면 우리도 모르게 그 광원에 깊이 빨려든다

그 빛의 출처에 시선이 고정되어 마치 참선하듯 깊은 묵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위 작품 <목수 성 요셉>은 절제되면서도 풍부한 색감을 표현한 걸작으로

라투르의 작품중에서도 매우 유명한 작품이다

.한 비평가는 이 작품을 두고 " 작은 촛불 하나가 밤의 거대함을 정복했다 " 라고 표현했다

 

복잡한 사물과 배경은 단순화해 짙은 어둠 속으로 과감하게 밀어넣고

시선이 가장 밝은 촛불에서 반사된 어린 예수의 얼굴에서부터

서서히 작품 으로 흘러가도록 구성이 되어있는데,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다정한 눈빛과

아버지를 고요히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어린 예수의 얼굴

목수의 연장에서 느껴지는 세세한 나뭇결, 그리고 연장을 잡고 있는 손의 힘줄 등이

어둠속에서 타오르는 작은 촛불의 빛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요셉은 목수인 까닭에 지금 나무로 무엇인가를 만든다

나무는 예수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물이며

예수는 인생의 마지막 날 어느 목수가 만든 십자가에 달려 죽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그의 아버지가 나무를 다듬는 것은

어쩌면 그의 죽음을 예비하는 일일수 있다

그래서 요셉의 평범한 목수 일은 이 어둠 속에서 매우 긴장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일까... 깊은 근심과 측은함으로 어린 예수를  바라보는 요셉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한듯 느껴진다.

 

 

 

 

 

 

 

 

 

 

 

어린 아이는 그저 아버지의 일을 돕는게 자랑스럽고 뿌듯한듯하다.

저 작고 순수한 얼굴, 저 여리고 아담한 손, 천진한 이 아이가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 달려 죽게 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운명이고 신의 뜻이다.

저 촛불처럼 그 역시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타오를 것이다

그렇게 이 그림은 어둠속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이며 소망이고 위로가 된다.

 

 

 

 

 

 

 

 

 

 

어린 예수는 어머니 아버지 그늘에서 함께 밥먹고 잠자고 이야기 나누며

이 그림처럼 아버지의 목수일을 거들면서 자랐을 것이다..

 그러나 요셉과 예수가 함께 일하는 모습을 그린 이런 소박한 그림은 그리 많치 않다.

  일반적인 성화가 가지는 현실과 괴리된 이질감이나 성스러운 경외감보다는

당대의 어느 평범한 목수의 가정을 그린 것 같은 따스함과 정겨움이 살아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또 하나의 깊은 매력이라고 할수 있다.

 

 

   

글참조 : 노성두, 이주헌님의 "명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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