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를 울게 할
이규리
노인정에 모여 앉은 할머니들 뒤에서 보면
다 내 엄마 같다
무심한 곳에서 무심하게 놀다
무심하게 돌아갈,
어깨가 동그럼하고
낮게 내려앉은 등이 비슷하다
같이 모이니 생각이 같고
생각이 같으니 모습도 닮는 걸까
좋은 것도 으응,
싫은 것도 으응,
힘주는 일 없으니 힘 드는 일도 없다
비슷해져서 잘 굴러가는 사이
비슷해져서 상하지 않는 사이
앉은자리 그대로 올망졸망 무덤 같은
누우면 그대로 잠에 닿겠다
몸이 가벼워 거의 땅을 누르지도 않을,*
어느 날 문득 그 앞에서 우리를 울게 할,
어깨가 동그럼한 어머니라는,
오, 나라는 무덤
* 브레히트의 시 <나의 어머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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