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가을입니다 / 김재진

조용한ㅁ 2013. 10. 8. 02:54

 

 

 


     가을입니다 / 김재진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을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락거리는 이맘 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재미 / 권 순진  (0) 2013.10.08
하룻밤 / 문 정희  (0) 2013.10.08
낚시질 마종기  (0) 2013.10.08
후회 / 피천득  (0) 2013.10.06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0)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