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2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밭을 뒤지다
굶어 죽을 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 마당을 넘보지 않는다.
검을테면 철저히 검어라.
단 한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이 되자 온세상 수북히 눈이 내려
저마다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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