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자화상2 오세영

조용한ㅁ 2013. 10. 29. 23:41

 

자화상2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밭을 뒤지다

굶어 죽을 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 마당을 넘보지 않는다.

 

검을테면 철저히 검어라.

단 한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이 되자 온세상 수북히 눈이 내려

저마다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아름다운글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는 갈 수 없는 세월- 시 조병화   (0) 2013.11.09
따뜻한 외면 복효근  (0) 2013.10.30
인연 / 백 봉기  (0) 2013.10.08
사는 재미 / 권 순진  (0) 2013.10.08
하룻밤 / 문 정희  (0) 2013.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