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야 늑대야 / 허홍구
"어이 권여사 이젠 늑대가 안 무섭다 이거지"
이제는 더 이상 먹이감이 되지 못해
그날 권여사를 그냥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아지매는 할매되고 /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총알보다 빠르다 / 허홍구
부음을 받고 / 허홍구
-먼저 간 인월스님에게
분별없는 중이 되겠다며
남아있는 몸뚱어리와
내 몸이 곧 나인 줄 알았다가
진흙 투성이의 맨발로
뭐가 이렇노 / 허홍구
독립 유공자 후손 잘사는 것 봤나? *매국노 후손 못사는 것 봤나? *양심적인 사람 잘사는 것 봤나? *허가 난 도둑 못사는 것 봤나? *나라 팔아먹은 부정부패의 원흉 못사는 것 봤나?
무서운 일 / 허홍구
쌔임(선생님)요 / 와 (왜)
결혼하면 마누라하고 꼭 같이 자야합니꺼? / 빌어먹을 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이 놈아 ! 와, 같이 자는 게 싫은 기가 아니면 겁이 나나
그 기 아니고요 피곤할 때는 혼자 자는 게 훨씬 편한데.... 그리고 여름엔 디기 더울텐데
/ 미친놈, 잠만 잘라고 결혼하나 그래, 니 말이 맞다 나도 오십이 훨신 넘어서야 알게된 일이지만 자기 싫을 때도 같이 자야하는 결혼이라면 오ㅡ 그건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사람의 밥이 되어 / 허홍구
하루가 전부인
나, 작은 한 톨의 쌀로
쌀 한 톨이 나를 키울 때,
농부의 손마디가 굵어지고
작은 이 몸
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8 허홍구 시인이 네 번째 작품집 '사람에 취하여'를 냈다.
시의 소재는 그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다. 환경미화원 '정씨 아저씨', 동창생 '권여사'에서부터 원로시인 '황금찬',
국회의원 '추미애' 등이 그의 '시적 먹잇감'이 된 이들이다.
시집에 실린 작품수는 77편이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것과 한 제목
속에 여러 사람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을 감안하면 족히 100여명은
넘는다.
줄여 쓴 평전같은 시들은 시적 대상이 된 사람의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들의 삶의 목표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따뜻하고 해학적인 것들이다.
'내 삶을 이끌어주시는 길라잡이' 백기완,'손도 한 번 안 잡았는데 놀랍게도
묵은 가지에 전기가 통'한 동갑내기 시인 손정우, '나무와 해라는 영혼이
만난' 화가 이목일,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라며 면박주는, 이제는
할매가 된 염매시장 아지매까지 허홍구의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따뜻하다.
'마음으로 읽은 인물 평전'이라는 부제처럼 시인은 세속의 눈을 감고
오직 마음으로 그들을 읽었으며 결국엔 그 사람들에게 취하고 만 것이다.
"차마/ 꺾지 못하는/ 내 맘 속에/ 마지막 꽃 한송이"라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쓴 '그대'라는 제목의 시를 읽어볼까?
내가 혹시 허홍구의 그대는 아닐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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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홍구 시인
대구출생
시집 < 사랑 하나에 지옥 하나 > < 사람에 취하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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