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밖으로 사흘 무단가출해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안으로, 조용히, 불러들였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혹사시킨 말의 상처, 그 뭇매를 맞은 죄 없는 마음을 치료하려,
곰취 잎사귀에 뿌리를 넣어 녹즙을 냈어요
뿌리로 독을 빼낸, 푸른 물 한 컵, 공복에, 쭈욱 들이켰어요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 잠시, 찰나삼매에 빠졌지요
평상심,
그 편안한 느낌을 금방 알아챘어요 현재의 마음을 바라보는 또 하나, 바깥의 마음을 보았지요
마음을 허방에 빠트리고, 껍데기만 거리를 오고 가면서, 왜 그리, 허둥대고 사방 분주하였던지요
나를 알아차림 후에는, 진정 흔들림 없고 치우침 없는, 고요가 올까요
이제 마음을 몸에 붙여, 참하게 길들이기로 하겠어요
몸통이라는 그릇에 담은 본마음 있는 그대로 그대를 그리고 나를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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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한 이나
고욤나무에 감나무 접순을 붙였다
각기 제 몸의 생살 도려내고도 모자라
돌아서서 생채기를 내어
그 진물로
서로를 엉겨 붙이는
진액으로의 단단한 동여매짐
접붙이기
이제 묶어둔 끈 슬며시 풀어도
이대로 한 가지에 한 몸 한 생각이 되어
오누이같이 닮은 뾰족감 납작감이 되리
한이나 시집"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문학세계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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