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글/시

담장 /장석남

조용한ㅁ 2016. 4. 24. 14:33

담장

 

장석남

 

 

 이월 하늘은 상냥하고 담장에 기대인 자두나무에 자두꽃이 아득히 나오고 그 아래 흰 돌멩이 하나 

 

 나는 나를 솎아 내고 헤쳐서 그 돌멩이를 바라본다

 

 나는 나를 허물어서 그 돌멩이를 바라본다

 

 흰 돌멩이 처음 저 자리에 앉던 시간의 문 따고 나오는 눈빛 따스하여 나는 그걸 알뜰히 모아 새 담장을 치려 한다

  

 문은 새삼 내지 않으려 한다

 

 


 

 

―시집『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 2012)내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