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국 많은 당신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안도현 시인의 <양철지붕에 대하여> 중에서...
어쩌면
우리의 삶이... 양철지붕 같은 날들인지도 모릅니다. 얕은 바람소리에도 그렁거리는 가랑비에도 녹물이 흘러내리는 못자국 많은 양철지붕 같은 날들, 양철 지붕 같은 당신, 많이 상처입고 많이 녹슬어 온삶으로 그렁거리지만, 그래도 날아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온종일 바람소리가 세차게 불어오더라도, 결코 날아가지 않을 거예요. 그 못자국이 당신의 힘이기에.... 그 상처가 당신의 열정이 될 것이기에... 거친 바람이 다 지나간 자리, 양철지붕이 그렁거리던 자리, 푸른 하늘빛이 상큼하게 꽃처럼 피어있는 아침입니다.
-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에서
양철 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를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지,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ㅡ『바닷가 우체국』(문학동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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