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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조용한ㅁ 2017. 6. 21. 07:11

양심
“돈 많이 벌어서 차두차두 쟁애놓고 살문 뭣혀. 맛난 것을 허고도 냄새만 핑기고 문 꽉 때래잠그고

이녁 식구만 오무려 앙거서 묵고…. 우리는 그렇게 못살아.”


“뭐덜라고 내 집을 쇠때(열쇠)로 따고 들와.”

자물쇠 안에 가둘 것이라곤 없는 삶을 살아온 완도 고금도 정원심 할매는 ‘맛난 것을 항꾼에 묵는 것’이 ‘양심’이라 했다.

나주 남평장 어물전 이씨 할매에게 양심이란 내 자신이 떳떳한 것.

“옛날 어르신들이 선한 끝은 있다고 했어.

시방당장 악인이 잘 되고 선인들이 못 산 것 같애도 악인으로 잘 살문 멋헌다요 내 자신이 떳떳해야제.


높은 자리에 앙근 사람들이 자기 욕심만 챙기는 것 보씨요. 부럽습디여, 추접스럽제. 넘들은 다 안디 자기들만 몰라.”


겉 다르고 속 다른 마음으로 한세상을 속이고 가는 이들을 향한 일침.

양심(兩心) 아닌 양심(良心)으로 살라는 가르침이다.


공동 울력을 하느라 동네 청년들, 아니 머리 희끗한 70줄의 어르신들이 삽 하나씩 들고 모태든 화순 동면 마산리.

“놈들은 다 나가서 고생헌디 안 나가문 맘에 가책이 되제. 몸이 암만 편해도 맘이 안 편하문 편한 것이 아니여.”

병원에 갔다 오자마자 부리나케 삽을 챙겨들고 나선 김형균 할아버지에게 ‘양심’은 몸의 편함이 아니라 마음의 편함을 따르는 일.

나를 위해 남을 속이는 저울질을 모르고 한세상 살아가는 이들의 처세란 그러하다.

“성님, 짝은디 요것 잔 보태갖고 가.”

꽃다발처럼 뒤춤에 묶고 나간 파래망마다 가득 파래를 채워 바닥에서 나온

박향란(고흥 영남면 금사리 사도마을) 아짐이 늦게 바닥에 들어간 할매의 망을 들여다보고 하는 말.

시린 바다에 수없이 손을 넣어 끌어올린 시퍼런 재물을 나누는 것이 그리 쉬우신가.

“나 혼차 많이 갖고 가문 안 핀해. 나 핀할라고.”
남 편하게 해야 나 편한 그 마음들이 어딘가에 시퍼렇게 살아 있다.
2015 12월 전라도 닷컴에서---


욕심
“애착하문 괴로워. 한푼 덜 번 것에 매이문 내 맘만 괴로워. 일이 재밌들 안허고 고통이 되야.

주머니 속에 돈 안 시고 있으문 웃어져.”


구례장 어물전 김만순 할매의 말씀.

제 몫이 아닌 것을 도적질해 쌓아 두고 시치미를 떼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그 거룩한 속내를 어찌 베낄 수나 있을까.

<지혜가 높고 사려가 깊은 사람은 그 욕심이 크므로 염리(廉吏)가 되고,

지혜가 짧고 사려가 얕은 사람은 그 욕심이 작으므로 탐리(貪吏)가 되는 것이니…>

(다산 정약용) 진정으로 제 이름과 삶을 빛내고자 하는 그 욕심이 작아서 탐리(貪吏)가 많은 세상에서,

보길도 해녀 곽명례 할매의 욕심 단속은 얼마나 단정하고 명징한가.

“많이 잡어오게 그런 말 들은 날은 내 맘에 욕심이 들어차는 것이여. 물건이 안 잡혀.”

‘꾸적(소라)이랑 잡거들랑 닷섬만 잡게 하고 전복일랑 잡거들랑 여든 섬만 잡게 하소’ 그런 소망은 속으로 가만히 품어야 하는 것이라 한다.

“물건 못 해도 실망 안해. 어째 오늘 안뵈네, 그람시로 와. 물건 잘허문 오늘 숴랍게 잡았네 하고 와.” 욕심에 휘둘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도시는 욕심이 많은 곳이라서 시끄러워.

서로 경쟁허듯이 큰 헛간을 지어놓고 그 헛간을 다 채울라고 해.

헛간이 차문 욕심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도로 헛간을 키와.”

‘촌구석에 백힌 한미한 집’이지만 안분지족을 누리노라는 양재휴 (무안 현경면 용정리) 할아버지의 말씀.


“지금이 가기에 마치 존디 못 가고 있어”라고 말하는 정양진(완도 고금면 세동리) 할매가 못 가는 데는 이승의 문을 나서 건너야 되는 곳.

“인자 살 만치 살았어. 넘의 것 탐내는 것도 욕심이제만 이녁 목심 늘이고자운 것도 욕심이여.”

욕심없는 할매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냄새는 너무새 밭에 너무새 냄새.

“사람은 저런 냄새를 맡으고 살아야 해. 그런께 절을 모도 저 산천에다 짓는 것이여. 그런 냄새를 맡아야 맘이 조용허제.”
201512월 전라도 닷컴에서